[베이스볼 브레이크] 37년만의 최초 좌타9人 스타팅 뒷이야기

입력 2018-04-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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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류지혁-국해성-최주환-김재환-오재일-오재원-박세혁-조수행-정진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사상 최초로 9명 선발 타자 전원이 왼손타자로 구성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흥미로운 것은 전혀 의도치 않게 이뤄진 진기록이라는 것이고, 또 9명 중 8명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우투좌타’라는 점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1일 잠실 KIA전에서 1번 류지혁(유격수)~2번 국해성(우익수)~3번 최주환(3루수)~4번 김재환(지명타자)~5번 오재일(1루수)~6번 오재원(2루수)~7번 박세혁(포수)~8번 조수행(중견수)~9번 정진호(좌익수) 라인업을 스타팅멤버로 출전시켰다.

이날 스위치 타자인 국해성이 왼쪽 타석에 서며 1982년 시작된 KBO리그 최초 전원 좌타자 선발출전 기록이 달성됐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좌타자가 선발 출장한 경기는 2012년 5월 26일 광주 KIA전에서 LG가 기록한 8명(스위치 타자 1명 포함)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라인업을 짜는 고토 코지 타격코치에게 “최대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라인업을 고심해 달라”고 지시했다. 코지 코치는 정진호와 국해성, 조수행을 외야에 투입했다. 허경민 대신 최주환도 글러브를 끼고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포수 양의지, 주전 유격수 김재호, 중견수 박건우 등에게 휴식을 주고 김재환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 선택이었다.


작성된 라인업은 감독에게 곧 보고 됐는데 이 시점까지도 전원 좌타자라는 점은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 고토 코치는 라인업을 보고한 뒤 김 감독에게 다시 통역을 통해 “9명이 왼손 타자다. 괜찮겠나?”라고 재차 확인을 했고, 그때서야 김 감독도 이런 상황을 알아차렸다.

김 감독은 22일 KIA전에 앞서 “타격코치가 다시 확인을 했는데 ‘문제없다’고 답했다. 사실 상대 선발(임기영)은 사이드암 투수이긴 하지만 왼손타자에게 약하지 않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데, 좌타자들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공이기 때문에 까다롭다. 오히려 우타자가 타석에 바짝 붙으면 던지기 더 어려운 공이다”며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첫 기록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기영은 좌타자에게 더 강한 잠수함투수다. 지난해 우타자에게는 253타수 75안타 피안타율 0.296, 피OPS 0.750을 기록했다. 좌타자는 217타수 63안타로 피안타율이 0.290 피OPS는 0.718이었다.

두산은 21일 경기에서 10-5로 승리했는데, 김 감독은 6-5로 쫓긴 8회 박건우, 김재호, 양의지 등 ‘아껴뒀던’ 오른손 타자들을 연이어 대타로 활용하며 승부를 매조지하는 ‘탁월한 용병술’도 과시했다.

김 감독은 “팀에 워낙 우투좌타가 많다. 사실 21일 선발 라인업도 1루수 오재일을 제외하면 전원 우투좌타다. 1루에도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왼손타자가 있었으면 전원 우투좌타 선발출전이 될 뻔 했다”며 “사실 퓨처스에서 뛰고 있는 홍성호가 1루수 우투좌타다. 팀에 우투좌타가 정말 많다”고 미소를 지었다. 홍성호는 스타 트레이너 아놀드 홍의 아들로 2016년 입단한 젊은 선수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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