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채시라 “8페이지 암기 과부하, 그래도 행복한 주인공”

입력 2018-08-13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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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두 집 살림을 하는 남편, 부주의로 인해 준비 되지 않은 채 아버지가 되려는 아들 등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는 곳곳에 숨은 요소들로 인해 방송 초기 시청자들의 오해를 단단히 받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모든 결말이 맺어진 지금 ‘이별이 떠났다’는 여성 시청자들을 누구보다 위로한 힐링 드라마, 착한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다. 이런 호평을 이끌어 낸데 있어 주연배우인 채시라의 공은 작가나 PD보다 결코 작지 않다.

“3년 만의 드라마이긴 하지만 낯설다거나 오랜만이라는 느낌은 없었어요. 주변에서 힐링 드라마라는 평도 듣고 좋은 기사도 많아서 굉장한 보람이 있었어요. 사실 싫은 소리 하면서 보는 작품도 많은데 이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죠.”

채시라가 연기한 서영희 캐릭터는 남편의 두 집 살림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세상과 스스로 벽을 쌓은 캐릭터였다. 어느 날 자신의 영역에 쳐들어온 정효(조보아)로 인해 서서히 자신을 되찾아가는 인물.

“서영희는 매우 독특한 상황에 처해 있죠. 남편이 바람을 피워 상처를 받고 그래서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인물이고요. 그리고 모든 경제권을 틀어쥐고 일부러 이혼조차 해주지 않아요. 그 때 정효가 나타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거기에 모든 인물들에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면서도 결국엔 보호해주는 인물이기도 해요.”


서영희의 이런 캐릭터성은 연기를 하는 채시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독할 때는 한없이 독해지면서도 ‘복수’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이런 캐릭터성이 ‘이별이 떠났다’를 힐링 드라마로 만들었을 것이다.

“저 역시 여자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 했어요. 저도 연기를 안 할 때는 평범한 주부죠. 서영희처럼 극단적인 면은 없지만 일상에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경험들을 극대화시키니 서영희가 이해되기 시작 했어요.”

그렇게 채시라가 서영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동안, 그 역시 이 작품에서 함께 한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나의 팬이었다는 PD를 만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성재, 정웅인 씨 같은 후배들도 그랬다. 행복한 주인공이었다”고 회상했다.

“작가님이 일부러 많이 썼다는 문어체의 대사들을 소화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하지만 후반에 대사량이 엄청 났어요. 암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배우가 잘 맞긴 하지만 머리에 과부하가 올 정도였죠. 원래 대사라는 건 제 입에 딱 붙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설프게 해선 안 되니까요. 한번은 8페이지 정도의 대사를 외웠는데 정작 찍을 때는 말도 안 되게 빨리 끝나서 허무했어요.”


무려 데뷔 35년차의 배우인 채시라는 여전히 연기를 흥미로워하고, 대사를 외우기 위해 끙끙대며 조금이라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대한민국 남심을 저격한 하이틴 스타는 쏜살같이 지난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당당하다.

“배우는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배우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제가 ‘이별이 떠났다’는 선택한 이유도 엄마 역할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의 성장을 보여주기 때문이었어요. 나이를 떠나 전문직 캐릭터를 맡든, 악녀 캐릭터를 맡더라도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세월에 굴복하기보다 제가 세월을 데려간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네요.”

‘세월을 데리고 간다’는 개념은 센세이션하다. 채시라가 대한민국의 여배우로서 이런 해답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깊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아직도 전 제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끌림이 생기면 반드시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계속 저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망가지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배우는 예쁘려고만 하면 안돼요. 어쩔 땐 화장 하지 않고 헝클어진 모습이 더 멋있고 예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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