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차지연 “박은태와 첫 공연 커튼콜 때 펑펑 울어”

입력 2018-10-13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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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태와 첫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에 섰는데 마지막 공연을 마친 듯 펑펑 울었어요.”

현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공연장인 서울 샤롯데씨어터는 차지연에게 의미가 남다른 장소다. 그의 데뷔작 ‘라이온킹’(2006·일본 극단 시키)을 바로 이곳에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대기실도 그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내가 ‘라피키’를 했을 때 썼던 분장 공간을 지금 쓰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태와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서 그런지 느낌이 달라요. 은태와 안 지가 14년째인데요. 서로 가수가 돼보겠다고 생고생을 다하던 촌닭들이었는데.(웃음) 각자의 길을 잘 갔고 12년 후에 데뷔를 했던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니 감개무량했어요. 또 둘 다 이제 엄마, 아빠가 됐고요. 그래서 은태와 첫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러 나가는데 우리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어요. 이번에 ‘라이온킹’을 하면 부부동반으로 꼭 가자고 했어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무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지도 어느 덧 두 달이 지났고 이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지 몰라 세 번을 거부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걸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고. 그는 “배우와 작품의 연은 참 신기한 것 같다. 너무 하고 싶은데 절대 연이 닿지 않은 공연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도망 다녀도 계속 쫓아오는 작품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가 한 작품 통틀어서 마음이 제일 행복했어요. 음악이 클래식하기 때문에 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서 도전했어요. 그동안 제 큰 키나 서구형적인 외모 때문에 세고 과감한, 강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여서 참 좋았어요. 그렇게 안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수줍음이 참 많아요.(웃음) 이 작품은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어서 편안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어요.”

공연을 하기 전까지는 소설이나 영화로 작품을 보지 못했던 차지연은 제안을 받고 영화를 찾아봤다.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에도 두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공감을 하지 못했다고. 화를 내며 보고 있던 중 백발이 된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분)가 사망한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의 편지를 읽는 모습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3일 밖에 없었지 않나. 지독하게 몇 십년간 연락 한 번 안하고 각자의 삶을 살았다. 정말 일생의 단 한 번밖에 없을 것 같은 사람인데. 두 사람은 ‘영혼의 짝’이었을 것”라며 “그토록 그 사람을 그리워했을 텐데 사망한 로버트의 편지를 읽는 프란체스카의 마음이 어땠을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됐다. 사실 이 장면이 뮤지컬에 있는지 물어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하면서 ‘외도’라는 소재보다는 저는 ‘한 사람의 인생’이 가장 많이 떠올랐어요. 분명 공연을 보시면서 불편해 하실 수 있어요. 그럼에도 프란체스카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느낄 것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가 마지막까지 곳곳에 있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행복해도 느껴지는 공허함이 있잖아요. 프란체스카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이탈리아에서 미국까지 온 이방인이고 거기서 느껴지는 외로움, 여자로서 느끼는 공허함 등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 지점들을 잘 표현하고 2막 끝까지 끌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10월 28일이면 공연이 끝난다. 하지만 차지연의 열일은 그치지 않는다. 11월 7일에 개막하는 ‘더 데빌’을 위해 연습 중이다. 낮에는 연습, 밤에는 공연, 퇴근을 하면 육아 등 반복되는 일과에 지치기도 하지만 그만큼 느껴지는 행복과 기쁨이 있다고. 그는 “무대에 서면 그곳에만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고 집에 와서 아이를 보면 늘 감격한다. 어떻게 내가 이 아이를 만났는지.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 데빌’은 차지연의 과감한 도전이 기대된다. ‘X화이트’와 ‘X블랙’, 두 가지 캐릭터를 맡으면서 남성 배우들과 같은 연기를 펼친다. 지난해 ‘광화문 연가’에서 정성화와 같은 역인 ‘월화’를 맡으며 혼성 캐스팅에 앞장섰던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무모하진 않아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을 넘어서 도전하진 않겠지만 여배우들이 가지 않은 길을 하나씩 깨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저는 다채로운 색을 갖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도전을 하는 만큼 성취감도 있고 지루하지 않아요. 확확 변하는 제 모습에 저도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제 모습을 보고 도전을 원하는 여배우들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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