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골든슬럼버’, 무리한 설정…흐려진 영화의 본질

입력 2018-02-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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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골든슬럼버’, 무리한 설정…흐려진 영화의 본질

‘골든슬럼버’는 일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일본 원작 소설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설정 변경을 통해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시켰다. 강동원은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판권 구입, 제작 등에 약 7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골든슬럼버’는 7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한 택배기사가 하루아침에 유력한 대선 후보의 암살범으로 지목된 뒤, 그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도주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라는 말이 영화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며 김건우(강동원 분)의 억울한 도주극을 그리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김건우라는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순진무구하다. 오랜만에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에도 의심 없이 달려가 도움을 자청한다. 택배를 배달하던 중에 자연스레 자신에게 쓰레기봉지를 건네는 고객에게마저 친절한 그가 갑작스럽게 암살범이 되는 설정까지는 충분히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영화의 본질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건우를 암살범으로 만들려고 하는 조직은 대낮의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총을 꺼내들기에 이른다. 제아무리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거대한 조직이라고 해도, 이런 설정은 현실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영화는 끝으로 향할수록 무리한 설정들로 몰입을 더욱 방해한다.



‘골든슬럼버’는 최근 강동원이 출연했던 영화 ‘1987’을 떠오르게 한다. 무고했던 서울대 학생 故 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로 사망했지만, 이에 대한 진실을 묻으려던 사람들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골든슬럼버’는 시간이 지나도 현실에서도 충분히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김건우는 영화 속에서 순진한 자신을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냥 착하게 살면 안 되는 거냐’고 묻는다. 말도 안되는 설정 속에서도 ‘골든슬럼버’에서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수 있는 주제는 과연 착하게 사는 것이 죄인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인 것 같다. 사람을 잘 믿고 화내지 않는 게 과연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취해야하는 자세인지에 대해 반문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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