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정채연♥산이의 애잔한 멜로 ‘라라’, 무비 아닌 뮤비

입력 2018-02-09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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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정채연♥산이의 애잔한 멜로 ‘라라’, 무비 아닌 뮤비

영화라기보다는 97분 길이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웠다.

걸그룹 다이아 정채연과 래퍼 산이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라라’가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라라’는 작곡가 ‘지필’이 헤어진 여자 친구 ‘윤희’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다룬 판타지 멜로물. 한국과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로 가수 산이 정채연과 베트남 인기 배우 치푸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라라’는 소개에 언급했듯 지필과 윤희의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천재 작곡가 지필은 산이가, 지필의 여자친구 윤희는 정채연이 맡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상당히 통속적이다. 무명 시절부터 함께해온 두 사람은 지필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틀어진다. 지고지순한 성격의 윤희는 연인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나고, 초심을 잃고 비뚤어진 지필은 떠난 윤희를 그리워하며 홀로 눈물을 삼킨다. 이별 과정에서 지필의 행동은 설득력이 떨어져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사랑부터 이별까지의 장면은 ‘음악 영화’답게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다. 화면은 광고처럼 예쁘다. 하지만 대사 없이 클로즈업의 표정 연기가 주가 되는데다 가사가 담긴 음악이 깔리면서 흡사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OST가 이야기를 집어삼킨 격이다.


97분의 러닝타임 내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만 다룬 건 아니다. ‘베트남 김태희’로 불리는 치푸가 연기한 미를 중심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그려진다. 미는 유명한 작곡가를 꿈꾸는 카페 알바생으로 지필을 선망하는 인물이다. 지필의 베트남 여행 가이드를 우연히 맡으면서 지필과 엮인다. 미는 정채연이 1인2역한 윤희, 정체불명의 꿈 속 ‘여인’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윤희는 미가 일하는 카페의 단골손님과 미의 꿈에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여인으로 설정됐다.

나름의 연결고리를 집어넣었지만 억지스럽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개연성의 부재로 인해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윤희와 ‘여인’ 사이에 특별한 교집합이 없는데도 정채연이 1인2역으로 연기한 탓에 보는 이들을 혼란케 한다. 여기에 정채연의 분량이 예쁜 얼굴로 몽환적인 느낌만 주고 끝나버리는 것도 상당히 아쉽다.

한상희 감독은 “우리 영화는 서사 구조가 명확하기 보다는 음악으로 보여주는 열린 형식의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여러 결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여러 결과를 찾을 수 있을까. 작품의 기대와 전혀 다르게 엉뚱한 결과를 품에 안을지 우려된다.

지난 2일 베트남에서 현지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라라’는 22일 국내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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