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뮤지컬 ‘킹키부츠’, 롤라와 엔젤이 묻다…“나 다운 게 뭔데?”

입력 2018-02-13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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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네뜨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멋진 존재 롤라의 등장으로 진정한 막을 연다.

4대째 이어오는 가업인 신발 공장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는 주인공 찰리. 찰리는 자신만의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난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공장과 그 직원을 살리기 위해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공장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버지'처럼 일하길 원하고 자신 역시 공장에 온전히 맘을 두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 드렉퀸 롤라와 엔젤들을 만나고 그 화려한 모습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신발을 만들고자 한다.

기존의 남성 구두를 버리고 드렉퀸을 위한 부츠를 만들어 낸 찰리. 그 과정에서 찰리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하나 둘 깨닫는다.

이때, 밝고 코믹한 롤라의 존재는 자칫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를 경감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정성화는 오히려 지루해질 수 있는 뮤지컬의 분위기를 살려준 롤라의 모습을 선보였다. 정성화는 다부진 몸매로 아찔한 드레스를 소화하는 등,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담긴 제3의 성 롤라를 연기했다. 이에 그 어떤 모습을 했더라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라는 교훈을 관객에 완벽하게 전달한다.

사진 |로네뜨 제공


엔젤들은 화려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뮤지컬을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화려한 겉모습에 아크로바틱으로 다져진 엔젤들의 몸짓은 뮤지컬이 끝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도 언제나 활기찬 엔젤들은 '진정한 나'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몸짓만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킹키부츠'의 스토리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롤라와 엔젤의 등장은 언제 그들이 어떤 볼거리를 제공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롤라와 엔젤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스토리를 능가하는 전율을 전한다. 즉 그들은 화려함에 책임을 지는 존재들이다.

세계적인 팝가수 신디 로퍼의 작사․작곡으로 탄생한 ‘킹키부츠’의 음악은 이러한 배우들의 연기에 음악이 힘을 더해 각 인물들의 존재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이렇게 눈과 귀가 즐거워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또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진지한 메시지를 유쾌하고 육감적으로 전하는 뮤지컬 ‘킹키부츠’는 4월 1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동아닷컴 함나얀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로네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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