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힐링의 103분…‘리틀 포레스트’, 지친 당신을 위한 휴식

입력 2018-02-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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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힐링의 103분…‘리틀 포레스트’, 지친 당신을 위한 휴식

러닝타임 103분에 담긴 모든 것이, 관전 포인트다.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봄 마실을 채비 중이다.

임순례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이자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등 청춘 배우들이 모인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일본에서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과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으로 먼저 영화화돼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의 감성과 주요 포인트는 살리되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됐다. 혜원은 전원생활을 하고 자급자족하며 계절밥상을 차린다. 하지만 혜원의 곁에는 고양이 대신 백구 캐릭터 오구가 함께 한다. 전형적인 한국 시골집의 모습. 이 백구는 젊은 여성이 혼자 사는 시골집의 치안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임순례 감독은 “관객들이 안전한 마음으로 혜원을 볼 수 있도록 집 근처에 고모가 살고 친구들도 수시로 찾아오고 백구도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혜원 어머니(문소리)의 가출 시기도 혜원이 성인이 된 이후로 설정했다. 그는 “혜원이 수능 전에 엄마가 가출하는 상황이면 한국 관객들이 이해가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본 원작임에도 영화가 한국적인 것은 모두 제작진의 세심한 각색 덕분이지 않을까.


음식들도 한국스러운 먹거리로 구성됐다. 김치전 콩국수 시루떡 등 토속적인 음식부터 오코노미야키, 크렘 브륄레 등 글로벌한 음식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스토리에 녹아든다. 요리들은 단순한 볼거리로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품고 있다. 주인공은 요리를 매개체로 회상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위로하고, 한걸음 발전한다. ‘소울 푸드’들은 주인공과 주변인의 관계에서도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리틀 포레스트’에는 막걸리와 담금주가 등장하는데(소주가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애주가 관객들이라면 두고두고 생각날 장면이라 확신한다.

요리들은 대부분 계절의 흐름에 따른 제철 농작물로 만들어졌다. 겨울 시래기 국으로 시작해 봄의 아카시아 꽃 튀김, 여름의 오이콩국수, 가을의 밤 조림, 겨울의 곶감으로 이어진다. 요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계절 풍광을 담아낸 점도 ‘리틀 포레스트’를 필람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상미는 ‘리틀 포레스트’의 자랑거리. 한국관광공사에서 사계절을 소개하는 대표 작품으로 보여줘도 될 정도로 각 계절의 정수를 담아냈다.

실제로 ‘리틀 포레스트’는 1년의 촬영 기간 동안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거쳤다. 매 계절마다 촬영을 진행한 것. 보통 서너 달 내에 촬영하는 일반적인 현장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두 편으로 나누어 개봉한 일본 영화와는 달리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한 편의 영화에 사계절을 모두 담아냈다. 시골 마을 전체를 소복이 덮은 겨울의 눈, 과수원을 뒤덮은 봄의 사과 꽃, 여름 밤 냇가, 가을의 황금 들판까지 각기 다른 사계절 풍경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그대로 펼쳐냈다.


청춘 배우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사실상 원톱으로 극을 이끄는 김태리는 현시대 청춘을 대표하는 혜원을 연기했다. 담담하게 전하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리틀 포레스트’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혜원뿐 아니라 재하와 은숙의 고민거리들도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김태리의 혜원, 류준열의 재하, 진기주의 은숙 세 캐릭터가 모두 각자의 색을 지닌 점도 매력적이다. 삼각 러브라인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리틀 포레스트’의 류준열은 tvN ‘응답하라 1988’ 정환을 떠올리게 한다. 좀 더 부드러운 캐릭터인데 혜원과의 은은한 케미스트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관객의 뇌리에 남을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혜원의 회상에 등장하는 어머니 역할의 문소리다. 전형적인 모성애를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어머니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믿고 보는 문소리는 역시나, 이번에도 존재감으로 작품을 꽉 채웠다.

MSG 없이 자연적인 감성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2월 28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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