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나를 기억해’, 성범죄 피해자가 떳떳하게 살 수 없는 세상

입력 2018-04-13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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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나를 기억해’, 성범죄 피해자가 떳떳하게 살 수 없는 세상

한국사회의 현실에서는 피해자가 피해자다운 대우를 받지 못한다. 영화 ‘나를 기억해’에서 오국철(김희원 분)이 직설적으로 이를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보다 더 주목받는 상황까지 야기되면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 가해자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영화 ‘나를 기억해’는 한국사회의 그런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한서린(이유영 분)은 과거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됐지만 어렵게 이를 잊고 살아가는 교사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교내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서린은 또 다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상기하게 된다. 그렇게 서린은 과거에 만났던 전직 형사 국철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자신과 같은 피해를 겪게 하지 않기 위한 것.

‘나를 기억해’는 성범죄의 피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가 사건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성범죄의 피해자가 과거를 숨기고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다시는 사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좌절감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꼬집는 것에서 그쳤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었다고 해도, 결국 영화의 마무리는 영화적 설정으로 끝이 나버린다.

이유영은 ‘나를 기억해’에서 성범죄의 피해자로 열연을 펼쳤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영화를 찍으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할 만큼, 피해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한 점이 스크린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김희원의 역할은 반갑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기억해’에서 정의의 사도 몫을 해낸다. 그동안 영화에서 악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김희원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도 ‘나를 기억해’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오는 19일 개봉.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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