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쩌렁쩌렁 울리는 극장”…역시 괴물 같은 ‘프랑켄슈타인’

입력 2018-07-28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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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뮤지컬의 화려한 컴백이다. 2014년 초연으로 한국창작뮤지컬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평가받은 ‘프랑켄슈타인’이 2016년 재연에 이어 2018년 삼연으로 돌아왔다.

올해 삼연으로 ‘프랑켄슈타인’은 한국창작뮤지컬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듯하다. 이미 두 번이나 공연을 해왔기에 무대적으로 신선함은 없지만 새로운 배우들의 영입으로 이들의 연기 호흡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울 수 있다. 올해 관전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운 ‘빅터’ 역에는 민우혁, ‘앙리’ 역에는 카이, 박민성, ‘엘렌’역에는 박혜나, ‘줄리아’ 역에는 이지혜 등이 새로 참여를 했다.


● 음악과 무대는 여전히 웅장…인간을 향한 메시지도 강렬

이미 ‘프랑켄슈타인’을 접한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메리 셸리의 원작소설을 재창작한 작품이라서 소설을 그대로 따라가진 않는다. 빅터가 생명을 재창조하는 이유, 괴물이 말을 배우는 과정 등 내용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장면적으로는 괴물이 된 ‘앙리’의 격투장 씬 대표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연은 전반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대략 3시간 정도이지만 지루함을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이성준 음악감독의 음악과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의 무대는 여전히 웅장하고 강렬하다. 음악적으로는 재연 당시 비중이 적었던 줄리아의 넘버들을 살려내면서 빅터와의 관계를 더욱 심층적으로 다뤘다.

왕용범 연출은 “빅터와 줄리아의 관계가 가볍게 보이지 않기 위해, 또 가장 소중한 사람(줄리아)을 잃었기에 괴물을 따라 북극까지 가는 빅터의 심정을 이해시키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무대 위에 빅터의 실험실, 프랑켄슈타인의 성벽, 격투장, 그리고 숲 등 무대는 ‘프랑켄슈타인’의 위용을 자랑하듯 웅장하다.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은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에게까지 전달한다.

관객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도 여전하다. 왕용범 연출의 ‘신(神) 3부작’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고 했던 인간’을 표현하며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더불어 잔혹성까지 더해지며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한다.


● 새로 투입된 민우혁·카이·박혜나·이지혜…작품의 힘 배가

삼연에 새로 투입된 배우 민우혁, 카이, 박혜나, 이지혜 등은 드라마틱한 작품의 힘을 배가시킨다. 이번 삼연에서 왕용범 연출은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습 일자를 다르게 잡으며 각자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도록 했다. 각 주인공마다 1인 2역을 하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어느 정도의 감정선은 비슷하겠지만 각 배우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컸다.

올해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에 투입된 민우혁은 냉소적이고 미친 듯이 ‘생명 창조’에만 몰두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연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의 거친 모습은 극장의 에코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한다. 극장을 가득 메우는 민우혁의 처절한 노래와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2막에서 격투장 주인 ‘쟈크’ 역을 연기할 때는 오두방정이지만 인간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악랄함을 연기한다. 아마도 지금껏 민우혁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새로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역시 새롭게 ‘앙리 뒤프레’역을 맡은 카이는 외형부터 안경을 쓰고 머리를 짧게 자르며 차별화를 뒀다. 1막에서는 ‘앙리’, 그리고 2막에서는 ‘괴물’ 연기를 펼치는 카이는 장면마다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다. 빅터가 무거움에 집중하고 있다면 ‘앙리’와 ‘괴물’은 어수룩하거나 순진한 모습으로 극의 무게를 살짝 빼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균형을 맞춘다. 그럼에도 애잔한 괴물의 모습은 여전하다. 인간의 잔혹성 속에서 보여주는 카이의 ‘괴물’ 연기는 관객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겨준다.

박혜나와 이지혜도 1인 2역 연기를 펼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빅터의 누나인 ‘엘렌’ 역과 격투상 주인 ‘에바’역의 박혜나는 지금껏 보지 못한 연기를 펼쳐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격투상 주인으로 관능적이면서도 잔혹한 연기를 펼친 박혜나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에 마땅했다. 이지혜 역시 ‘줄리아’역과 ‘까뜨린느’역을 맡으며 단아함과 참혹함을 연기한다. 특히나 괴물이 잔인해지는 이유를 결정적으로 제공하는 ‘까뜨린느’에게서는 비련함 마저 느껴지게 한다. 8월 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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