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암수살인’ 형사 김윤석X살인마 주지훈, 다시 쓴 ‘인생캐’ (종합)

입력 2018-09-13 17:0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현장] ‘암수살인’ 형사 김윤석X살인마 주지훈, 다시 쓴 ‘인생캐’ (종합)

‘인생캐’ 예감이다. 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캐릭터를 남겼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됐다. ‘암수살인’은 10월 3일 개봉을 앞두고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에 첫 선을 보였다.

김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해야한다는 짐이 있었다. 무겁고 정중하게 접근하려고 했다”며 “‘암수살인’이라는 특성에서 출발했다. 우리 영화는 사건의 특성상 형사 형민은 피해자가 누군지 찾아야 증명할 수 있는 ‘역수사 방식’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르 영화에서 달려가는 물리적 에너지 없이 피해자에 초점을 맞췄다. 피해자를 증거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담으려고 애썼다. 장르적으로 기존과 결이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화는 실화고 영화는 새로운 창작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영화 속 강태오를 시궁창에서 태어난 괴물을 극적으로 만들다보니 실제 사건과는 별개로 극화된 지점이 있었다. 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암수사건’은 해당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어도 용의자 신원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암수살인’은 형사 형민이 살인범 태오의 ‘알려지지 않은’ 범죄를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날카롭고 차갑게 담아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한 형사의 열정과 집념 때문이다. 살인범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피해자와 혐의를 밝혀낸다. 파수꾼 같은 형사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이 영화를 통해 암수살인을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암수살인을 쫓는 유일한 형사 ‘형민’은 연기한 김윤석은 “형사물은 영화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장르고 영화로도 만들기 쉬운 소재다. 영화적으로 통쾌함을 주기도 쉽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나면서 ‘그렇게 가지 않아도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한 형사 캐릭터 중에 ‘암수살인’에 나오는 형사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용광로 같이 끓어오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차근차근 실수 없이, 느리더라도 나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윤석은 “극 중 김형민 형사는 욕도 거의 쓰지 않는다. 보통의 형사들은 점퍼 차림인데 이 사람은 회사원처럼 셔츠를 입고 재킷을 입는다. 사회 생활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갖추고 있더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며 “범인을 잡았다고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 마지막 피해자까지 완전히 확인한 후에야 사건을 종결짓겠다는 마음을 가진 형사다. 여느 형사보다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태오’를 연기했다. 그는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재밌더라. 형사물로서의 기대치도 있을 텐데 이렇게 풀어지는 새로운 방식이 있구나. 나는 참 재밌었다. 양날의 검인데 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망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참여하기를 잘한 것 같다. 우리가 만든 새로운 재미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윤석은 “‘추격자’ 속 대립이 UFC라고 하면 이번 영화는 테니스 같았다. 강력한 서브를 넣으면 서로 막아내곤 했다. 주지훈과 테니스를 함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극 중 주지훈이 마지막 사건을 이야기할 때 표정을 보면 무시무시한 살인마지만 아픔이 느껴진다. 순진한 모습의 주지훈의 표정이 나온다.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일 때 섬뜩하기도 하다. ‘천사와 악마에서 어느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는 한 순간이구나’라는 대조된 연기를 주지훈이 보여준 것 같다”고 극찬했다.

주지훈도 “나 또한 그 장면에서 준비하지 않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며 “또 선배가 형사로서 왜 수사하는지 이야기할 때 그 분위기가 감동적이었다. 감동 깊은 대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를 만나기 전에는 긴장했는데 막상 보니 카스텔라 같더라. 부드럽고 달콤한 분이었다. 선배가 부산 사투리 디테일도 가감 없이 조언해주셨다”며 “선배 덕분에 재밌고 열심히 했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선배와 함께 한 조각 한 조각 만들어가는 희열도 있었다. 촬영 끝난 후 반주 한 잔 기울이면서 하는 이야기도 따뜻했고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