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본능에 충실하라”…록키호러쇼, 위험하고 짜릿한 유혹

입력 2018-09-21 0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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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록키호러쇼’ 리뷰

약혼을 한 자넷과 브래드는 은사를 찾아 길을 떠나던 중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나 전화를 쓰기위해 기괴한 성에 문을 두드린다. 자넷과 브래드는 하녀 마젠타, 집사 리프라프, 콜롬비아를 만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이후 그들은 성의 주인이자 은하계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애자 박사 프랑큰 퍼터를 만나게 되고 그가 만든 금발의 근육질 몸매의 ‘록키 호러’를 보게 되고 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지난해 알앤디웍스에서 새롭게 제작을 맡아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록키호러쇼’의 올해 재연공연 역시 기괴하고 과감하다. 평범한 지구인들의 ‘지킬 것 지키는 사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점점 에로스로 번져간다. 프랑큰 퍼터 박사는 죄 의식이 없이 사람을 죽이고 브래드와 자넷은 인간 내면의 깊숙이 자리한 욕망을 알게 되고 쾌락의 길로 빠져든다.

듣기만 해도 황당무계할 수도,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는 이들 역시 인간의 본능, 욕망이 있다는 메시지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프랑큰 퍼터’를 세 번째 도전하는 송용진을 비롯해 ‘자넷 와이즈’의 최수진, ‘브래드 메이저스’의 백형훈, ‘마젠타’의 최현선, ‘리프라프’의 김찬호, ‘콜롬비아’의 송유택 등은 독특한 분장과 의상,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은 듯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다. 특히 배우 송유택은 그만의 끼를 발산하며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또 극장 로비석부터 관객들을 환영하는 팬텀(앙상블 배우)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몸으로 자동차를 표현하고 강렬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자극시키는 이들은 극의 활력소가 된다.


‘록키호러쇼’의 강점은 바로 ‘콜백(Call Back)’문화로 대사나 가사에 관객들이 같이 반응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장면에선 실제로 앙상블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나타나 이동식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관객들은 공연장 입구에서 받은 신문을 뒤집어쓴다. 상심에 빠진 브래드에게는 모형 빵을 던지기도 한다. 또 극 넘버인 ‘타임 랩(Time Wrap)’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일어나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춘다. 앉아서 보던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할 수 있지만 ‘흥’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사의 전달 정도다. 록과 로큰롤을 기반으로 한 넘버들 중에는 영어 가사들이 섞여 있어 관객들이 이해하고 즐기기에 다소 어렵다. 마니아틱한 B급 컬트 장르에 대한 이해나 혹은 ‘록키호러쇼’에 대해 지식이 없다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에 오루피나 연출은 “영어문화권에서 쉽게 사용하는 말의 라임을 이용해 언어유희를 적극 활용했다. 한국말로 가져오면 청각적 리듬의 재미가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기 때문이다”라며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혹은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라 해도 내용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이해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영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10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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