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콘서트] 이승환 “공연의 끝? 모르겠고, 노래나 할게요” (리뷰)

입력 2017-12-04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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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늘이엔티

[DA:콘서트] 이승환 “공연의 끝? 모르겠고, 노래나 할게요” (리뷰)

가수 이승환의 28년 노하우를 집대성한 전국 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가 서울 올림픽홀을 방문했다. 한국형 콘서트의 원조라는 수식어를 지닌 그가 ‘공연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하니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승환은 “그냥 노래나 하겠다”며 공연의 본질, 음악에 집중했고 관객들은 조명, 영상이 음악과 하나가 되는 초집중 상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승환의 바람대로 ‘공연의 끝’은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였다!” (ft.급식체)

‘공연의 끝’은 이승환이 대본, 연출, 출연에 참여한 VCR로 시작됐다. ‘끝물이라 정치 발언 하는 것’ ‘블랙리스트에도 없으면서 무슨 댓글 부대?’ 라며 그의 정치적 발언을 못마땅해하는 일부 시선을 직설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승환은 ‘그냥 노래나 할게요’라며 관객 앞에 섰다.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천사 날개를 달고 등장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사랑하나요’로 첫 인사를 건넸고 그는 “28년차 가수다. 책임감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있다. 공연의 끝은 콘서트 담당 팀에서 자극적이어야한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고 나는 노래나 하겠습니다”라며 고퀄리티 공연을 약속했다.

‘화양연화’를 부를 때 등장한 조명은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둥근 조명이 천장에서 내려와 관객석 위로 움직였고 빛의 색깔이 바뀌면 현장의 공기 역시 달라졌다. 이 조명은 ‘크리스마스에는’ ‘덩크슛’ ‘슈퍼히어로’ 등에도 꾸준히 이용됐다. ‘당부’는 직선 조명과 어우러졌다. 객석을 관통하는 붉은 직선이 섬세하게 집중도를 높이고 날카로움마저 느끼게 했다.

사진제공=하늘이엔티


과거의 이승환과 현재의 이승환이 마주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텅빈 마음’ ‘너를 향한 마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1989년~1992년 청년 이승환이 화면에 등장한채 무대를 꾸며 관객들을 추억에 젖게 했고 ‘용 됐다’는 관객 반응에 이승환은 “웃어?”라는 말로 민망함을 대신했다.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이승환식 유머를 담아냈다. “왜 이승환은 화면에 가사를 안 띄우느냐”는 관객 불만에 화답하며 노래방 버전으로 무대를 꾸몄다. 24년 전 배우 박신혜가 처음 출연했던 뮤직비디오 위에 가사가 등장했고 이승환은 “탬버린 좀 줘 봐”라고 흥을 돋웠다.

관객들이 준비한 이벤트도 볼거리였다. 이승환의 샤우팅으로 시작된 ‘물어본다’에선 후렴구마다 관객들이 무대로 흰 휴지를 던졌고 ‘가족’에선 이승환에게 종이 비행기를 선물했다. 종이 비행기에는 ‘매진 될지어다, 오빠는 될지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이승환과 팬들의 오랜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이승환은 “내 이미지를 SNS가 잠시했다. 그럼에도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연할 때 표현의 제약을 느낀다. 공연도 꽉 막히지 않았으면 한다.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노래나 부르자! 이번 공연, 좋은 소문 많이 내달라”고 공연장 규칙 때문에 관객들과 더 풍성하게 즐기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계속 좋은 공연을 위해 고민할 것을 약속했다.

이승환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는 고양아람누리극장을 시작으로 12월 9~10일 수원, 16일 부산, 23일 광주, 25일 부천, 30~31일 대구에서 열린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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