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쎈마이웨이’ PD “치타X제아 한마음…강경화 장관 초대하고파”

입력 2018-07-26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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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교양 PD, ‘덕계못’ 자막을 쓰기까지
“여성 중심의 콘텐츠를 하고 싶었다”

‘내려놓음’의 미학. 말은 쉬운데 말만 쉽다. 고작 네 음절 단어인데 실천으로 옮기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존에 고수하던 ‘내 것’들을 비워내고 덜어내야 비로소 가능해지니까. 옥성아 PD에게 모비딕 세계는 ‘내려놓음’의 연속이었다. 모비딕은 SBS가 2016년 첫 선을 보인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2007년 SBS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맡아온 옥 PD에게 모비딕은 낯선 도전이었다. 그는 좌절을 겪는 과정에서 ‘내려놓음’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멘탈이 붕괴되는 느낌이었어요. 1시간 길이의 프로그램을 하다가 5분짜리를 하게 됐는데 웬걸, 이게 더 어렵더라고요. 제가 모비딕에서 만든 첫 프로그램이 ‘한 곡만 줍쇼’ 였어요. 조세호 양세형 양세찬도 있었고 ‘이 정도면 되겠지. 사람들이 보겠지. 우리가 유튜버보다 잘 만든 거겠지’ 생각했죠. 그런데 철저하게 망했어요. 영상을 완전히 ‘방송 스타일’로 만들었던 거예요. 타이틀도 그렇고 하다못해 자막까지 도요. 방송 스타일을 못 내려놨던 거죠. 한 번 실패를 본 후에는 ‘아, PD라는 타이틀도 SBS라는 타이틀도 버리자’고 다짐했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대찬 시행착오 이후 옥 PD가 준비한 건 김기수와 함께한 ‘예살그살(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였다.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뷰티를 내세운 콘텐츠. ‘예살그살’은 지난 2월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고 책으로 출간되기도 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옥 PD의 다음 선택 또한 여성 콘텐츠 ‘쎈마이웨이’였다. 이 콘텐츠의 특징은 채널을 막론하고 현재도 정말 보기 드문 ‘여성 토크쇼’라는 것. 센 언니들이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고 고민을 상담해주는 웹 예능이다.

“정말 하고 싶었던 콘텐츠였어요. 당시에 우리나라에 여성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어요. 예능 속 여성은 항상 주변인 같았잖아요. 매번 뷰티 아니면 먹방에서만 소모되는 게 싫었어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물론 뷰티에도 관심 있지만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있단 말예요. 여성들도 ‘썰전’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나라도 한 번 해보자’ 싶었는데 다 같이 생각이 맞아서 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썰전’처럼 국회의원을 초대할 수도 있었고 ‘알쓸신잡’처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조합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옥 PD는 고심 끝에 연예계 ‘쎈 언니’들을 MC로 모았다. 치타도 의외지만 제아는 캐스팅은 더 의외였다. 옥 PD는 왜 두 사람을 MC로 캐스팅했을까.

“심상정 국회의원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마 TV 프로그램이었다면 심 의원을 캐스팅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쎈마이웨이‘는 웹예능이니까. 유튜브 타켓층을 노려야 하니까 해당 층에서 인기 있는 스타여야 했죠. 그래서 1순위가 치타가 됐어요. 그리고 치타와 거부감 없이 친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는데 마침 제아가 있더라고요.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하고 싶어 했어요.”

옥 PD는 세트부터 자막까지 모든 것을 모바일 콘텐츠에 최적화했다. 드넓은 세트장에서 극히 일부만을 가지고 골방 형태의 세트를 만들었다. 수용 출연진의 최대치가 4명일 정도로 소소한 세트장. 자막 또한 시사교양 PD의 마인드를 내려놨다.

“JBJ 동한이 출연한 방송에서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은 사이언스’라는 자막을 썼어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우연히 만나거나 하는 일이 힘들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요. 예전에 시사 교양 할 때는 ‘말도 안 된다. 당장 빼라’고 했을 거예요. 시사 교앙에서는 60대까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써야 하니까요. 뉴스에서 약어도 허용되지 않았던 때였죠. 사실 ‘덕계못’도 최종 시사에서 의견이 엇갈리긴 했어요. 저는 잘 몰랐던 신조어였고요. 이런 자막을 썼다는 게 제가 많이 내려놨다는 증거죠. 고집부리면 안 되더라고요.”

옥 PD는 “SBS 타이틀은 버리되 SBS의 사명감과 중심은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쪽으로 몰리지 않으려고 정말 조심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전쟁 붙여서 관심 끌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치우치지 않고 기준을 명확하게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비딕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은 ‘쎈마이웨이’는 지난해 8월 첫 공개돼 올해 1주년을 앞두고 있다. 19회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 1800만회를 돌파했다. 올해 9월에 열리는 원더우먼 페스티벌과도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쎈마이웨이‘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정말 한 팀이에요. 이런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치타 제아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요. 두 사람 다 이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요. 여성 연예인이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잖아요. 작가가 써준 대본으로 이야기하는 예능도 있다던데 우리는 대본도 없어요. 대신 녹화 전에 준비를 정말 많이 하죠. 그래서 알차게 나오는 거고요. 앞으로 여성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오래오래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프로그램에 애정을 듬뿍 드러낸 옥 PD. 그는 “꿈의 캐스팅”이라며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꼽았다. ‘쎈마이웨이’의 콘셉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게스트. 옥 PD는 “꼭 성사시킬 것”이라면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저희 소원이자 목표예요.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는데 UN에서 아시아인이자 여성으로 겪은 일을 고백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의 말을 곡해해서 듣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제였죠. 정말 좋은 메시지를 멋있게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찾아가서라도 게스트로 꼭 모시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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