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①] 이지원 PD가 밝힌 #빅픽처패밀리 #인턴제 #부담감

입력 2018-10-04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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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빼고는 예능을 논하기 힘들 정도로 현재 한국 예능계는 ‘리얼리티 홍수’ 시대다. 여행이라는 콘텐츠 하나만 놓고도 우후죽순. 여행 계획을 대결하거나(배틀트립) 식도락에 올인하거나(원나잇푸드트립) 패키지를 체험하거나(뭉쳐야 뜬다) 잡학 토크가 곁들여지거나(알쓸신잡). 경영 시뮬레이션을 더해 식당(윤식당, 강식당) 혹은 포차(용띠클럽, 국경없는 포차) 아니면 소소하게 푸드 트럭(현지에서 먹힐까)을 여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형돼 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원 PD가 선보인 새 예능 ‘빅픽처패밀리’는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예능으로 볼 순 없을 것이다. ‘빅픽처패밀리’는 4명의 사랑꾼들이 경상남도 통영에서 사진관을 열고, 일주일간 동거하며 인생샷을 남기는 모습을 담아내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남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예능]은 익숙하고 친숙한 포맷. 그럼에도 ‘빅픽처패밀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예능에서 낯선 ‘사진’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웠다는 것, 무엇보다 차인표 박찬호 류수영 우효광이라는 독특하고 색다른 조합에 있을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오랜 기간 기획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8부작 시즌제에 100% 사전제작 리얼리티로 기획됐죠. 사진이라는 소재에 대해 원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차인표 씨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태동됐어요. 함께 고민하던 중 제작진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었고 그렇게 시작됐죠.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가 관심이 없으면 성립 불가잖아요. 차인표 씨가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더라고요. 배우이기도 하지만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라 관심사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빅픽처패밀리’의 시작과 함께한 차인표의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이다. ‘차선장’이라는 캐릭터 대로 멤버들을 진두지휘하는가하면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토크를 풀어내면서 메인 MC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이 PD는 차인표가 ‘빅픽처패밀리’ 결성 과정에도 큰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차인표 씨는 참 대단한 게, 안목이 정말 뛰어나더라고요. 본인과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의 ‘다른 시각’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박찬호 씨와 류수영 씨를 추천했죠. 본인이 섭외한 건 아니지만 직접 추천했어요. 차인표 씨와 박찬호 선수는 서로 워낙 친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르거든요. 류수영 씨도 캐릭터가 조금 달라요. 차인표 씨가 ‘말도 많고 재밌을 것’이라고 추천하더라고요.”

다양한 시각,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 차인표가 추천하진 않았지만 유일한 외국인 멤버 우효광도 같은 맥락으로 캐스팅됐다. 중화권 스타 우효광의 합류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우효광의 첫 한국 진출 프로그램이자 그에게 ‘우블리’라는 별명을 안겨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우효광 씨는 유일하게 나머지 세 멤버와 인연이 없는 출연자죠. 배우도 있고 운동선수도 있으니 ‘외국인의 시각도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추자현 씨와 함께 첫 미팅을 했는데 추자현 씨도 ‘좋은 사람들이 나오니까 좋다’고 추천했어요. 우효광 씨도 ‘동상이몽을 통해 한국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시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우리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죠.”

중국어 능력자인 아내 추자현 없이 홀로 ‘빅픽처패밀리’에 뛰어든 우효광. 제작진도 우효광도 걱정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적 소통. 이에 제작진은 7박8일 동안 함께할 중국어와 한국어 통역사를 섭외하고 실시간으로 동시통역을 진행했다.

“서로 걱정이 많았죠. 눈빛만으로 소통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우선은 우효광 씨 본인이 굉장히 많이 노력했어요. 촬영을 앞두고 추자현 씨 도움을 받으면서 한국어 공부를 많이 했더라고요. 촬영 기간에도 ‘빅픽처패밀리’ 멤버들과 틈나는 대로 한국어 연습을 했고요. 제작진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통역 담당을 두 분 섭외해서 실시간으로 통역을 진행했죠. 쉽진 않았어요. 그 분들이 고생 많았죠.”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지난 8월 촬영을 마친 ‘빅픽처패밀리’는 8부작으로 정규 편성됐다. 지난 추석 시즌에 1회와 2회를 공개했다. 1회에서는 멤버들의 만남과 사진관과 숙소 적응기를 그렸다면 2회에서는 ‘인턴’ 김세정의 합류기를 담았다. 김세정 이후로도 새로운 인턴이 등장할 계획이다. 매회 새로운 변주를 통해 8회의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정글의 법칙’부터 사전제작만 해왔으니 저에게는 이 시스템이 익숙해요. 시청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힘들다거나 계절감이 시기적으로 늦는 등 단점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빅픽처패밀리’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크고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사전제작의 장점이 큰 프로그램이죠. 완결 지점이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싶게끔 장치를 잘 배치하는 묘미가 있고요. 힌트를 드리자면 멤버들이 사진만 찍지는 않아요. 생활적인 모습도 나올 거고 유닛으로 조합을 이루기도 해요. 케미스트리가 증폭되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지난달 25일과 26일 공개된 1회와 2회는 성공적이었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1회 7.1%와 2회 6.2%를 기록했고 10월부터는 ‘백년손님’ 후속으로 매주 토요일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됐다. 6일 3회가 방송 예정인 가운데 이지원 PD는 “1회와 2회 시청률을 추석 특수”라면서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털어놨다.

“편성은 PD 소관이 아니니 회사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저도 ‘백년손님’을 즐겨보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에요. ‘백년손님’ 애청자가 만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고 본의 아니게 해당 시간대에 들어가게 됐어요. 기존에 보던 분들도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또 새로운 시청자도 유입해야 하니까 부담감이 있죠. PD가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숫자보다는 우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더 고민이에요. 많이 보시면 좋겠죠. 내용적으로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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