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①] ‘공복자들’ PD “삼시세끼 꼭 챙겨야 할까요?”

입력 2018-10-07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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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만나다①] ‘공복자들’ PD “삼시세끼 꼭 챙겨야 할까요?”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를 이룬지 오래다.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에서도 먹방은 셰프들을 등장시키거나, 남다른 먹성을 지닌 개그맨들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우고 다시 채우자’고 주장하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바로 김선영 PD가 연출을 맡아 24시간 자율 공복이라는 소재를 다룬 MBC ‘공복자들’이다. 각자의 이유로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스타들의 모습은 다양한 앵글로 음식을 비추고 하나라도 더 먹으려는 지금의 먹방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많은 분들이 ‘먹방은 지겨워’라고 하지만 지금도 다양한 먹방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 역시 먹방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고 여기에 더 새로운 관찰예능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스스로를 조금 비워보고 배고픔으르 느껴서 제대로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허기를 느끼고 난 뒤에 먹는 한 끼는 더 맛있을 것 같았어요.”

‘공복자들’은 타이틀에서부터 ‘공복’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복과 허기에 시달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비춰 웃음을 만들지 않는다. 김 PD가 정말 원하는 건 고정관념의 타파다. 당연하게 생각해 온 삼시세끼는 정말 당연한가.

“이번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고 많은 공부를 했어요. 의학적으로 분명 24시간 공복을 해서는 안되는 분들도 존재해요. 노인이나 아이들 같은 경우죠. 하지만 결국 하루에 한 끼를 먹어도 우리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는 섭취할 수 있고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저도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죠.”


김선영 PD의 이런 기획의도에 공감한 이들이 만나 ‘공복자들’이 막을 올렸다. 자율공복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에 매력적인 출연자들의 일상이 더해지며 ‘공복자들’은 꽤 독특한 위치의 관찰 예능으로 탄생했다.

“출연자를 섭외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쓴 건 우리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상이 나와도 매력적일 수 있는 분인가를 고려했어요. 그러니까 관찰할 맛이 나는 분들인가를 보는거죠. 그리고 또 하나 고려 사항은 자율 공복에 도전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했어요. 이 두 가지 요소에서 교집합에 속한 분들이 지금 ‘공복자들’ 출연자들이에요.”


김선영 PD가 출연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자율 공복’이었다. 무조건 굶어라가 아니라 출연자들의 자유의지와 재량에 맡긴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들의 도전을 실패하게 할 인위적 장치도 철저히 배제했다. 성공도, 실패도 온전히 출연자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촬영 당시 굉장히 공복을 힘들어 하는 출연자가 있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안쓰럽다 싶을 정도였죠. 그 때 ‘우리는 성공한다고 상금을 주거나 실패해서 벌칙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어요. 각자의 이유로 도전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벌칙을 주면 그건 원래 기획의도와 반대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관대함(?) 덕에 김선영 PD는 공복 상태를 겪는 출연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 명이면 백 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 같더라”며 앞으로 공개될 출연자들의 공복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복을 하고 난 뒤 먹는 음식이면 다들 게걸스럽게 먹을 것 같지만 제가 본 결과 오히려 더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더라고요. 그리고 출연자들의 맛 표현들도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시청자들도 공복 상태의 출연자들 반응에 공감하면서도 한 번 쯤 도전해 보시면 좋겠어요.”

사진│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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