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정해성 활용법, 슈틸리케 하기 나름

입력 2017-04-2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전술·소통능력 인정받아 긴급 투입
슈틸리케, 열린 마인드로 다가가야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을 도울 수석코치로 정해성(59) 전 대표팀 코치가 선임됐다. 2002한·일월드컵 때 막내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를 일궜던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수석코치로 허정무 감독을 도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을 지내는 등 프로 감독 경험도 풍부하다.

위기에 처한 ‘슈틸리케호’에 긴급 투입된 그에 대한 축구계의 평가는 무척 긍정적이다. 해박한 축구지식은 물론 선수들과의 소통능력도 갖췄다. 남다른 카리스마도 겸비했다. 인간미 넘치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선배들에게는 사랑 받고, 후배들에게는 존경 받는다. 한 축구인은 “정 수석코치처럼 축구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을 치르면서 숱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감독은 부적절한 선수선발과 기용, 전술 부족 등으로 거듭 실망감을 안겼다.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저런 뒷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이 때문에 정 수석코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 수석코치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국가대표선수라면 그에 걸맞은 경기력과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선수단 움직임은 물론이고 전술 등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직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정말 필요한 말이다.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정 코치는 히딩크 감독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했던 사람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연말 외국인 수석코치 영입이 불발된 뒤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은 공격수 또는 미드필더 출신’을 요청했다. 실질적으로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차두리(37) 전력분석관에 이어 올 2월 설기현(38) 전 성균관대 감독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철학과 전술에 대한 고집이 센 증거”, “코칭스태프 내 의견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경질 위기까지 몰렸던 슈틸리케 감독도 이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겠지만, 만약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곤란하다.

이제 공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넘어갔다. 열린 마음으로 수석코치가 건네는 조언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감독의 몫이지만,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정 수석코치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해성 활용법’은 슈틸리케 감독 본인에게 달려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