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야드 11번홀, 개막전 우승의 새로운 변수?

입력 2017-04-21 1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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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PGA

KPGA 동부화재오픈서 이틀 동안 버디만 116개
파를 해도 손해 보는 느낌…버디 해야 본전

골프는 거리에 매우 민감한 스포츠다. 홀의 길이에 따라 스코어카드에 적는 숫자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코스의 길이가 길수록 더 어려운 코스로 평가된다. 그러나 거리가 짧다고 해서 반드시 쉬운 건 아닌 듯 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오픈이 열리는 리비에라컨트리클럽의 10번홀은 315야드 밖에 되지 않는 짧은 파4 홀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 홀에서 버디를 노린다. 어지간한 장타자는 티샷 한번으로 공을 그린에 올릴 수도 있는 거리다. 단순하게 거리만 놓고 보면 버디가 쏟아질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성적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올해 대회에서는 오히려 4라운드 평균타수가 4.003타로 버디보다 보기가 더 많이 나왔다.

2017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이 열리고 있는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 비슷한 코스가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21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의 11번홀은 총 길이가 284야드에 불과한 파4 홀로 만들어졌다. 가장 긴 파4 홀(5번)이 459야드로 무려 175야드나 짧다. 일명 버디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한 ‘서비스 홀’이었던 셈이다.

남자프로골퍼들은 보통 드라이브샷으로 300야드 이상 날린다. 따라서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많은 선수들이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우드로 그린을 노렸다. 예상대로 엄청난 버디가 쏟아졌다. 1라운드 60개, 2라운드에서 56개의 버디가 나왔다. 이틀 동안 이글도 6개나 나왔다. 하지만 나머지 첫날 79명, 둘째 날 88명은 버디를 잡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1라운드에서는 13명이 보기, 3명은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이 홀에서의 성적에 따라 희비도 갈렸다. 생애 처음 프로대회에 나온 황경준(18)은 이틀 동안 이 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하며 예선(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을 통과했다. 반면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타이틀 방어에 나선 최진호(33)는 11번홀 공략에 실패하면서 선두경쟁에서 밀렸다. 첫날 파에 그쳤고, 둘째 날에는 보기를 하면서 1오버파로 개운치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틀 연속 버디를 잡아낸 선수와 비교하면 최진호는 이 홀에서만 3타를 더 친 셈이다.

황경준은 “두 번 모두 버디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사실 부담도 된다. 버디를 못하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11번홀이 개막전 우승 길목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포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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