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죽을때까지 농구 못 놓을 것”

입력 2017-05-1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주희정이 1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지난 20시즌 동안 그는 변치않는 열정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누구도 쉽게 범접하기 힘든 족적을 남겼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20년 뛴 코트 뒤로 하고 ‘눈물의 은퇴’

죽도록 연습했고 1029경기 원없이 뛰어
‘아빠 더 뛰면 안돼?’ 말에 아쉬움의 눈물
이젠 선수 대신 멋진 지도자로 돌아올 것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2번 바뀌는 20년간 프로농구 무대를 누벼온 레전드 주희정(40·전 삼성)이 1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1997년 동부의 전신 나래에 입단해 1997∼1998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20시즌을 뛰면서 정규리그 통산 1029경기(통산1위)에 출전해 8564점(5위)·3439리바운드(5위)·5381어시스트(1위)·1505스틸(1위)의 기록을 남겼다. 또 신인상을 시작으로 2000∼2001시즌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2008∼2009시즌 정규리그 MVP, 2013∼2014시즌 우수후보선수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선수 시절 주희정. 사진제공|KBL



● 할머니 위해 택한 프로행 “원 없이 농구했다”

주희정은 고려대 2학년을 마친 뒤 나래에 수련선수(연습생)로 입단했다. 어린 시절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손자를 키운 할머니(고 김한옥 여사)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농구하는 것이 즐거워 강동희(전 동부 감독) 선배를 보면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아픈 몸에도 나를 돌봐주신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어 죽도록 연습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말대로 주희정은 농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연습생이 전설로 남게 된 데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데뷔 초기만 해도 ‘슛 없는 반쪽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매년 여름 하루에 500∼1000개씩 슛 연습을 하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프로 통산 1152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는데, KBL 역사상 그보다 많은 3점슛을 넣은 이는 문경은(SK 감독·1669개)뿐이다.

주희정은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참기 힘든 순간을 견뎌가며 이 자리까지 왔다. 매 경기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덕분인지, 주변의 좋은 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를 프로로 이끌어주신 최명룡(대학농구연맹 명예회장) 감독님, 가드의 역할을 알게 해주신 김동광(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감독님, 어려운 시기에 책 한 권과 손 편지를 써주신 유도훈(전자랜드 감독) 감독님, 언제나 나를 믿고 맡겨주신 이상범(동부 감독) 감독님, 때로는 감독님처럼 때로는 형처럼 함께한 문경은, 이상민(삼성 감독) 감독님, 지금껏 함께해온 동료 선수, 트레이너, 구단 관계자, 친구들, 기자, 팬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삼성 주희정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희정이 아들 주지우를 바라보고 있다. 주희정은 KBL 20시즌동안 통산 1,110경기에 출전해 9,128득점, 5,734어시스트, 1,584스틸을 기록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전설이 눈물 흘린 이유

주희정은 은퇴 소감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1남3녀를 둔 그는 “첫째, 둘째 딸과 정규리그가 끝난 뒤 한 시즌을 더 뛰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아이들이 더 ‘아빠, 뛰면 안 되느냐’고 하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예전에 아내에게 ‘은퇴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나는 죽어서까지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할 것 같다. 선수 주희정은 이제 물러난다. 그동안 노력하면서 살아온 것만큼 앞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다”며 잠깐 동안의 이별을 알렸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