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의 조언, “은퇴?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입력 2017-06-17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베테랑 레프트 한유미는 2016~2017시즌이 끝난 뒤 생각이 많았다. 이도희 감독이 부임하며 현역 생활을 지속할 결심은 확고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프리에이전트(FA) 레프트 황민경을 영입하며 GS칼텍스에 줘야 할 보상선수 문제가 발생했다. 예상을 깨고, 한유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한유미. 스포츠동아DB


고민의 시간, 한유미가 조언을 구한 ‘멘토’는 뜻밖에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었다. “태웅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한유미는 최 감독을 따른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배구에 관한 도움을 많이 얻었다. 최 감독이 평소에는 냉담한 듯해도 절실할 때는 실질적 도움을 주는 ‘츤데레’ 같은 구석이 있다고 한유미는 웃었다. 소속도 같은 현대 계열사다.

현대건설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은퇴까지 고민하고 있던 한유미에게 최 감독은 이렇게 조언했다. “은퇴는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FA 보상선수의 심정을 누구보다 헤아릴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최 감독의 말인지라 한유미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자의와 무관한 이적을 했다. 그럼에도 그 아픔을 딛고 현대캐피탈에서 감독까지 됐고, 지도자로서 우승을 이뤘다.

실제 GS칼텍스가 한유미 보상선수 지명을 강행했음에도 현대건설 이 감독은 좌시하지 않았다. 바로 센터 김유리를 트레이드 카드로 GS칼텍스에 내놓아 한유미를 재영입했다. 한유미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됐어도 그 과정을 거치며 마음은 한결 평온해졌고, 단단해졌다.

한유미는 “2015~2016시즌 우승 뒤에도 은퇴를 결정했었다. 결심을 굳힌 상황에서 최 감독님에게 마지막으로 진로를 상의했는데 ‘배구 더 하라’고 혼났다”고 웃었다. 그 후 거짓말처럼 한유미를 둘러싼 환경은 배구를 계속하도록 이끌었다. 이제 ‘어디서’는 정해졌다. 한유미 배구인생의 대단원은 이제 ‘어떻게 끝내느냐’만 남았다. 그 길을 걸을 때, 최 감독이 좌표가 되어주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