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회 US오픈, 역대 가장 쉬운 대회로 끝나나

입력 2017-06-18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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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이 열리는 에린힐스 골프장.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제117회 US오픈(총상금 1200만달러)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3위가 모두 사라진 가운데, 역대 가장 쉬운 코스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5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제117회 US오픈을 앞두고 ‘역대 가장 악명 높은 코스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전장이 7741야드나 되고, 무릎까지 차오르는 긴 러프에 지역적 특성에 따른 종잡을 수 없는 돌풍까지 더해져 난코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에린힐스골프장은 US오픈 사상 가장 쉬운 코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막 첫날 리키 파울러(미국)는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37년 만에 US오픈 1라운드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을 썼다. 1980년 잭 니클로스와 톰 웨이스코프가 뉴저지주 발스투롤골프장에서 함께 기록했던 7언더파(63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18일 3라운드 무빙데이에선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무려 9언더파 63타로 US오픈 역대 한 라운드 최저타 신기록(종전 저니 밀러 8언더파)을 수립했다. 게다가 매일 30~40명의 선수들이 언더파를 적어내고 있다.

저스틴 토마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상황이 돌변한 가장 큰 요인은 날씨다. 개막 전날부터 비가 내리면서 코스 상태를 바꿔놓았다. 매일 적당량의 비가 내리면서 그린이 부드러워졌고, 이 덕분에 선수들은 공격적 플레이로 버디 사냥에 성공했다. 선수들에게는 고마운 비가 됐고, USGA에는 얄미운 비가 됐다. 걱정했던 바람도 생각보다는 강하게 불지 않았다.

이쯤 되면 USGA와 에린힐스골프장은 이미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셈이다. 더욱이 US오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18홀을 남겨두면서 관심은 역대 최저타 우승자의 탄생 여부에 쏠리고 있다.

US오픈 역대 최저타 우승은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세운 16언더파 268타다.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선 브라이언 하먼(미국)이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적어낸 만큼 마지막 날 기록 경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여기에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한 저스틴 토머스와 브룩 코엡카(미국),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는 1타 뒤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했다. 1~3라운드 동안 데일리 베스트가 최소 7언더파인 만큼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 그룹을 이루고 있는 4명 중 1명이라도 데일리 베스트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신기록이 나올 수 있다.

한국남자골프의 에이스 김시우(22)에게도 기록 달성의 희망이 있다. 9언더파 207타의 김시우가 마지막 날 8타 이상을 줄이면 US오픈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출신 챔피언 등극과 최저타 우승 신기록까지 달성할 수 있다.

18일 3라운드를 마친 뒤 USGA는 부랴부랴 역대 최저타 우승 관련 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상상도 못한 일이다. 117번째 US오픈이 역대 가장 쉬운 대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막을 내릴지는 이제 스타들의 손에 달렸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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