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로비’ 전 전북현대 스카우트 사망…고인을 두 번 죽이는 ‘악성 추측’

입력 2017-06-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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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에 대한 원한부터 타살 의혹까지
난무하는 억측에 새로운 피해자 양산
증거도 없이 특정인·구단 매도 문제


국내축구계는 16일 갑작스러운 비보로 인해 큰 충격에 빠졌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의 전 스카우트 A(50)씨가 이날 오전 8시경 전주월드컵경기장 서문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전주 덕진경찰서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2002년부터 전북 스카우트로 활동한 A는 2013년 K리그 심판 2명에게 우호적 판정을 부탁하며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지난해 9월 유죄판결(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법적 판결이 나온 뒤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승점 감점으로 전북은 클래식 3연패 도전에 실패했고,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박탈당했다. 한때 K리그를 대표하는 스카우트로 인정받았던 A는 이 사건으로 인해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것은 딱 여기까지다. 사고경위에 대한 경찰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또 다른 오해와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불행한 사고를 놓고 몰지각한 일부 여론이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A가 13일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점 ▲세상을 등진 장소가 전주월드컵경기장이라는 점 등에 근거해 각종 축구 게시판을 통해 무서운 풍문이 퍼지고 있다.

전북 구단에 뭔가 원한이 있어 생애 마지막을 홈구장으로 택했다고 보는 것도 모자라,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고 현장이 찍힌 경기장 CCTV에는 사건 시각 A 외에는 다른 누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심각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오히려 많은 축구인들은 “(A) 자신이 오랜 시간 몸 바친, 익숙한 곳을 찾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고인이 가장 힘들어한 부분이 세간의 따가운 시선과 외면이었다”며 억측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최 감독은 ‘심판 로비 사건’ 이후로도 A와 종종 만나왔다. A는 십수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최 감독은 물론 전북 코칭스태프와도 만나곤 했다. A는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와 전북 홈경기 등 자신의 자취가 담긴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면 경찰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비난과 돌팔매는 모든 수사가 완전히 끝난 뒤여도 무방하다. 명확한 물증도 없이 정황만으로 특정인과 특정구단을 매도하는 행위 또한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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