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기술위원장 실명 추천…비난 자초한 이용수

입력 2017-06-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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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15일 파주 NFC에서 2017년도 제5차 기술위원회를 주재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동반 퇴진이 결정된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후임 인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감독·위원장에 ‘자기 사람 앉히기’ 의혹
축구인노조 “협회 부회장직 사퇴” 주장


뒷모습이 영 개운치 않다.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납득할 수 없는 행태로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58) 전 기술위원장은 15 일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동반 사퇴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 영입을 주도했던 그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에서 연이은 부진으로 한국축구의 위기를 낳은 슈틸리케 전 감독과 동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마지막 기술위원회를 주재하며 후임 사령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기술위원장으로서 슈틸리케 경질이라는 최종 임무를 다하고 자신 또한 깨끗이 물러나면 그만이었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견임을 전제로 차기 사령탑이 한국인이면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경험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고, 이후 축구계에는 ‘허정무 대세론’까지 등장했다.

한국축구인노동조합은 16일 성명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의 월권행위와 무책임한 발언을 규탄하며 여전히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부회장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인노조는 또 이 전 위원장이 슈틸리케 전 감독의 계약해지를 결정한 기술위원회에서 후임 기술위원장까지 실명을 들어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후임 사령탑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도 모자라, 차기 기술위원장을 실명으로 추천했다는 것은 충격에 가깝다.

축구인노조는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구체적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특정인을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암시한 것은 결국 대표팀 사령탑에 계속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저의로 보인다. 기술위원장 자리도 마찬가지”라며 “투명하게 선발돼야 할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을 자기 뜻대로 정하려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거듭한 탓에 2경기를 남기고 사령탑이 바뀌고, 기술위원장이 교체되는 등 한국축구는 전례 없는 혼란에 빠져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이 전 위원장의 개운치 않은 처신까지 더해지면서 축구계가 사분오열되는 양상이다.

이런 때일수록 최종결정권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중심을 잡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제대로 된 후임 기술위원장 선임은 그 첫 걸음이다. 정 회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을 참관한 뒤 19일 귀국한다. 3월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정 회장은 공개적으로 감독 재신임 의지를 밝혀 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또다시 이런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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