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호 “팀원들이 날 위해 희생, 모두가 함께 만든 우승”

입력 2017-06-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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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막을 내린 ‘투르 드 코리아 2017’에서 한국선수로는 5년 만에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민경호(가운데 노란 저지)가 자신의 사이클을 높이 들고 환호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UCI 2.1등급 대회 투르드 코리아 한국인 첫 개인종합우승 민경호

민경호(21·서울시청)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투르 드 코리아 2017’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선수의 투르 드 코리아 개인종합 우승은 2012년 박성백(KSPO) 이후 5년만이다. 그뿐이 아니다. 투르 드 코리아는 2013년부터 국제사이클연맹(UCI) 공인 2.2등급에서 2.1등급 대회로 상향됐다. UCI 공인 2.1등급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사이클 사상 처음이다. 민경호는 18일 대회 마지막 날 레이스를 마친 뒤 “팀원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결국 우승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다”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는 게 너무 좋은데, 얼떨떨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한국선수 최초로 UCI 2.1등급 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사이클 역사상 개인종합 우승이 별로 없다고 듣긴 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얼떨떨하다.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너무 기분이 좋다. 2구간에서 우승한 뒤 ‘(1위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인터뷰했는데, 사실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팀원들이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치며 나를 도와줬다. 그 덕분에 승부처로 삼았던 4구간까지 개인종합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게 됐다. 개인의 우승이 아니라 도와주신 분들 모두의 우승이다.”


-서울시청의 팀워크가 좋아보였다.

“오늘 같은 코스는 스프린트선수들이 유리한데, 나는 스프린트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 팀 박상훈, 김옥철이 나서서 경쟁자들을 견제해줬다. 도로사이클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경기다. 이번에 팀원들이 나를 위해 희생했으니, 다른 대회에선 내가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막판까지 개인종합 1위 경쟁이 심했다.

“중간 스프린트 지점 1위에게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다른 팀들이 스프린트에 매우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4구간까지 개인종합 2위였던 기디치를 견제했는데, 스프린트 지점에서 1위를 놓치더라. 그 이후 조금 처지는 모습을 보여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를 앞두고 대형 낙차사고가 있었는데, 나는 선두그룹 왼쪽 편에 위치해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


-1·2구간에선 기계고장이 연속으로 났었다. 오늘은 위기가 없었나.

“대형 낙차사고 이전에 한 번 위기가 있었다. 올림픽공원 인근 도로를 3바퀴 도는 막판 레이스에서 한 바퀴를 남겨두고 급격히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오른쪽으로 확 쏠렸다. 나도 선두그룹 오른쪽에 위치해 위험했다. 급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중심을 잃지 않아 다행히 낙차사고를 면했다.”

서울시청 민경호가 15일 군산 월명종합운동장을 출발해 무주 반디랜드로 도착하는 156.8km 구간에서 펼쳐진 ‘투르 드 코리아 2017’ 2일째 레이스에서 결승점을 1위로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그 때 넘어졌어도 기록인정에는 큰 무리가 없었을 듯하다.

“그래도 마지막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팀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전략을 짰다. 선두그룹 동 타임 처리가 되면 기록을 인정받는데, 별 이상이 없었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변수를 줄이려고 끝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회 초반에 기계고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늘은 문제가 없었나.

“오늘은 기계고장이 없었다. 1, 2구간에서 연속 기계고장이 났는데 그 때 액땜을 한 것 같다.”


-도로와 트랙을 병행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체고로 진학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6년 동안 도로와 트랙을 병행하고 있다. 트랙에선 단체추발선수인데, 내년에 있을 (자카르타)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종목 채택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일단 최선을 다해 준비를 잘 해보겠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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