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유스 1호골’ 박요한 “과분한 관심 감사, 부족한 부분 채워나가겠다”

입력 2017-06-21 0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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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축하한다는 말에 겸손한 말이 돌아왔다.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신예가 들뜰 만도 한데 오히려 목소리는 전보다 더 차분했다. ‘강원FC 유스 1호’ 박요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요한은 구단 내에서 ‘성실의 대명사’로 통한다. 보통날은 물론 휴가 때에도 항상 클럽하우스 근처에서 목격된다. 올해 한국 나이로 24살인 청년이 놀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박요한은 쉬는 날에도 훈련에 매진한다.

지난 18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선 박요한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전반 20분 오른쪽에서 오승범의 패스를 받은 박요한은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뒤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순식간에 골라인을 통화했다. 골망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이었다. 박요한은 매일 훈련장에 나와 슈팅 연습을 했고 강력한 슈팅력이 그의 장기가 됐다. 혼자서 수없이 연마했던 그 슈팅이 리그에서 연출됐다.

박요한은 “최근 연습경기 때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연습 때는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공이 뜻대로 가지 않았다. 감독님과 형들이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힘을 빼고 차도 공이 잘 나간다’라고 조언을 했다”며 “공을 잡은 순간, 슈팅을 시도하려고 마음먹었다. 조언이 떠올랐고 '힘빼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찼다. 임팩트가 정말 좋았다.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지션이 수비라서 이렇게 빨리 데뷔골이 터질지는 몰랐다. 조금 얼떨떨하다. 놀라면서도 기뻤다”면서 “최근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경기에 집중했는데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번 골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요한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지션 변경을 결심했다. 지난해까지 미드필더로 뛴 박요한은 오른쪽 수비수라는 다소 생소한 자리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처음 권유를 받았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더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 포지션 변경을 결심하고 전지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시즌이 개막했지만 경기 출전의 기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박요한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룸메이트인 오범석의 조언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오범석은 “분명히 기회는 온다. 장점도 많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처럼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를 잡아라”고 진심으로 조언했다. 박요한은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세웠다. 그의 방에 있는 칠판에는 ‘R리그 → 리저브 → 교체 명단 → 선발’이라는 목표가 새겨졌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박요한은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갔다. R리그에서 3경기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친 박요한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지난 4월 22일 열린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5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리그 7경기 만에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박요한의 데뷔골은 강원FC에도 큰 의미가 있다. 강원FC 유스 출신 선수가 터뜨린 첫 번째 골이다. 박요한은 강원FC 산하 팀인 강릉제일고에서 주장을 맡았다. 단국대를 거쳐 지난해 강원FC에 입단했다. 지난해 리그 2경기에서 교체로 나와 단 2분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다.

박요한은 “유스 1호라는 상징성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나에게는 오히려 시너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데뷔골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강원FC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여러 모로 기쁜 골이다. 유스 1호인 내가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만으로 팬들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박요한은 경기가 끝나고 강릉제일고 출신 팬들의 요청에 복근을 드러내는 세리머니를 펼쳐 기쁨을 함께했다.

박요한의 데뷔골에 가족들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경기장에는 아버지와 여동생이 있었다. 아버지는 “멋있었다”고 말을 건넸다. 박요한은 “아버지가 평소에 무뚝뚝하다. 툭 던지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 부자의 표현 방식대로 축하 인사를 하셨다”며 “어머니랑은 경기 마치고 통화했다. 원래 일찍 주무시는데 안 자고 계실 것 같아 가장 먼저 전화드렸다. 왜 안 주무시냐고 물으니 ‘가슴이 떨려서 못 자겠다’고 하시더라. 담담한 척 했지만 가족이 기뻐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감격의 골, 박요한에게 그 순간에 누가 생각났을까. 박요한은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항상 붙어다녔던 친구가 있다. 성격과 좋아하는 것이 거의 비슷해 정말 최고의 친구가 됐다. 박종혁이라는 친구다”면서 “종혁이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다쳤다. 나는 높은 곳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친구는 몸이 다쳐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나에게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정말 고맙다. 그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친구의 유일한 낙이 게임 속에서 나를 키우는 것이라고 들었다. 내가 더 잘할 이유가 생겼다. 앞으로 함께 원하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요한은 항상 겸손하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에 더 집중해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한다. 박요한은 “아직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이 과분하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주변에서 좋은 면을 봐 주셨다.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강원FC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처음엔 ACL이 막연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됐다. 막내답게 열심히 뛰겠다. 형들과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의 말미에 슬쩍 베스트11 선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박요한은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만약 선정된다면 아마 우리가 다 같이 뛰어서 이겼으니까 내 골도 돋보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재미는 없지만 딱 박요한다운 답변이었다. ‘강원의 아들’ 박요한의 효심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깊어질 전망이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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