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U-18, 크로아티아 축구계에 영감을 불어넣다

입력 2017-08-17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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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울산현대축구단 산하 유소년팀 U-18팀(현대고)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개최된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Mladen Ramljak International Memorial Tournament)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무사히 귀국했다.

이번 우승은 성적 못지않게 크로아티아 현지에 큰 ‘영감’을 불어넣으며 화제를 모았다.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의 명문 클럽이 참가한 가운데 유일하게 아시아 팀으로 대회에 참가한 울산은 시작 전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현지에서는 “창피나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은 첫 경기부터 네덜란드 명문팀 폐에노르트를 2-0으로 이기며 이변을 일으켰고, 프랑크푸르트와의 다음 경기에선 3-1로 승리하며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 지었다.

이어 13일(일) 열린 결승전은 대회 개최 팀인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경기였다. 크로아티아 현지에선 해당 경기가 생중계 되어 많은 크로아티아인들이 시청했을 만큼 큰 관심 속에 경기가 진행했다. 경기장엔 2천여 명의 디나모 자그레브 팬들이 모여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울산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현지 교포 1명뿐이었다.

실제 킥오프전 경기장을 찾은 디나모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일부 홈팬들은 “동양의 작은 나라에도 축구를 하느냐? 울산은 어디에 있는 곳이냐”며, 조롱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바꾸는데 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울산은 경기 시작 24초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경기 분위기를 선점했다. 이후에도 울산은 줄곧 경기주도권을 잡으며 공격을 이어갔다. 이러한 열정적인 플레이가 이어지자 디나모 팬들의 야유소리도 점차 울산을 향한 존중의 박수 소리로 변했다.

디나모 팬들의 마음을 뺏은 것은 멋진 경기력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 안에서 울산 선수들이 보이는 스포츠맨십은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정점은 전반전 오세훈(3학년)이 상대 페널티라인 안에서 PK를 유도하다 경고를 받았을 때다. 경고를 받는 선수 입장에선 주심에게 항의를 할 수도 있지만, 오세훈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존중의 표시로 허리 굽혀 인사를 건넸다. 이러한 선수의 예의바른 모습에 디나모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울산의 스포츠맨십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선수교체로 그라운드를 나가는 선수들이 그라운드 사방으로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퇴장하자 디나모 팬들은 마찬가지로 박수를 보내며 어린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이후에도 디나모 팬들은 양 팀 선수 모두에게 장면 하나하나 마다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보냈다.

결국 울산은 멋진 경기력에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까지 선보이며 크로아티아 최고 명문클럽 유소년팀을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다. 대패를 당한 디나모 자그레브 팬들은 경기결과에 집착하기 보단 울산 유소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울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경기 종료 후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

경기종료 후 현장에 있던 크로아티아 축구 관계자는 “한국에서 온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크로아티아 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려줬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되기보단 상대 선수, 심판, 팬, 기타 모든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며, 울산 유소년 선수들을 극찬했다.

이어, 디나모 자그레브 유소년팀 감독은 감독의 지시에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바로 움직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 결승전 패배가 우리 선수들에겐 오히려 큰 배움이 되었을 것이다. 좋은 맞대결을 펼쳐준 울산에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인상깊은 모습으로 대회를 마친 후 울산 김광국 단장은 디나모 자그레브 구단 단장과 면담을 통해 추후 두 클럽간 상호교류를 이끌어 냈다. 구체적으로는 유소년 지도자 초청을 통한 유소년 선수 단기 지도 등 이야기가 오고갔다. 또한 디나모 자그레브측은 “내년 대회에도 꼭 참가해달라”는 제안을 보내기도 했다. 울산 역시 상호협력 방안을 강구해 협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한 유럽 주요 클럽에서 이번 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 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크로아티아 현지에서 수많은 화제를 만들며 끝난 이번 대회는 개인 수상도 울산이 독차지했다. 주장 김현우는 최우수 선수상을, 박정인은 득점왕을 수상했다.

선수들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주장 김현우는 “우리 팀 모두가 조별 예선 1위로 올라가면서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길 간절히 바랐지만 무산되어 아쉬웠다. 하지만 개최팀과 결승을 치르는 만큼 더욱 집중하고 최선을 다 하자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너무 기쁘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현우는 “개인적으로 많은걸 느낀 대회였다. 유럽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피지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먼 미래에는 유럽무대에서 이 선수들과 다시 붙어 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한국에 들어가면 지금부터 외국어(영어)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낯선 땅 크로아티아에서 울산 유소년의 힘을 떨치고 귀국한 선수들은 15일 울산에 복귀해 다시 재개되는 주니어리그 후기리그를 준비한다.

한편, 이번에 울산이 우승을 차지한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Mladen Ramljak International Memorial Tournament)는 주최팀 디나모에서 1987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대회다. 대회명은 팀 레전드인 믈라덴 라믈랴크(Mladen Ramljak)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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