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그림자’ 삭제, OK저축은행에 내려진 특명

입력 2017-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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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감독이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2014∼2015, 2015∼2016시즌 V리그 2연패를 달성한 뒤 2016∼2017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시몬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올 시즌 반등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사진제공|KOVO

OK저축은행은 2014~2015, 2015~2016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앉은 팀이다. 그러나 왕좌에 오르기보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법. 2016~2017시즌 최하위(7위)로 속절없이 추락했고, 여기저기서 “시몬의 힘으로 우승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실제로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외국인선수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30·쿠바)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특히 매 경기에서 블로킹과 공격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시몬의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외국인선수 마르코 보이치와 모하메드 알하치대디는 기복이 워낙 심했고, 설상가상으로 토종 거포 송명근(24)과 센터 박원빈(25)도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싸울 동력이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시몬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새 시즌에도 OK저축은행의 선결과제인 셈이다.


블로킹과 범실은 시즌 내내 OK저축은행을 괴롭혔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16~2017시즌 세트당 블로킹이 2개 미만(1.746)이었고, 속공성공률도 52.31%로 이 부문 리그 최하위였다. 김세진 감독도 시즌 내내 높이의 열세를 아쉬워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요한을 센터로 활용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서브범실은 54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효과적인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야 세트플레이를 막을 수 있고, 그만큼 블로킹을 하기도 수월해진다. 그러나 고비마다 서브범실로 맥을 끊으며 공짜로 점수를 주다 보니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경기에서 OK저축은행 김요한이 블로킹 득점에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시즌의 운명을 쥔 ‘센터 김요한’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센터진은 김요한~박원빈~한상길~김정훈 등 4명이다. 이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높이의 약화로 팀 전체가 무너졌던 2016~2017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김요한과 박원빈이 선발로 나서고, 한상길과 김정훈이 뒤를 받치는 시스템이다. 관건은 김요한이 얼마나 빨리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느냐다. 김요한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몸담았던 2011~2012시즌 초반 이경석 전 감독의 지시로 잠시 센터로 뛴 바 있는데, 당시 17차례 속공을 시도해 7득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속공에 가담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비시즌 동안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센터로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상길은 김요한이 어려움을 겪을 때 조커로 나선다.

OK저축은행 송명근. 스포츠동아DB



● 송명근 복귀, 양 날개는 걱정 없다

2013~2014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 부문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송명근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것은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안정된 리시브에 후위공격 능력도 갖춘 송희채와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레프트 포지션에 대한 걱정은 불필요하다.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은 라이트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는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 3게임에서 경기당 21.67득점(총 65점)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KOVO컵 당시 공격성공률은 48.7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주전 세터 이민규와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공격과 후위공격은 물론 시간차에도 능해 공격 루트를 다양화할 수 있다.



● 백업 세터와 리베로, 가볍게 볼 수 없다

백업 세터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던 곽명우의 입대에 따른 빈자리는 이효동이 메운다. 이효동은 올해 KOVO컵 3경기에서 총 10세트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변화가 심한 특유의 서브까지 살아난다면 이효동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OK저축은행이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오른 두 시즌 동안 이민규와 곽명우의 적절한 활용이 돋보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때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손꼽혔던 이강주의 부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OK저축은행이 안정된 수비 포메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선 이강주가 주전 리베로 정성현의 체력부담을 덜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2016~2017시즌 팀 디그 부문 최하위(7위·세트당 8.304)의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의 강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쉽지 않다. 확실한 반격은 상대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는 것(디그)에서부터 시작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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