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감독이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2014∼2015, 2015∼2016시즌 V리그 2연패를 달성한 뒤 2016∼2017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시몬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올 시즌 반등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사진제공|KOVO
블로킹과 범실은 시즌 내내 OK저축은행을 괴롭혔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16~2017시즌 세트당 블로킹이 2개 미만(1.746)이었고, 속공성공률도 52.31%로 이 부문 리그 최하위였다. 김세진 감독도 시즌 내내 높이의 열세를 아쉬워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요한을 센터로 활용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서브범실은 54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효과적인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야 세트플레이를 막을 수 있고, 그만큼 블로킹을 하기도 수월해진다. 그러나 고비마다 서브범실로 맥을 끊으며 공짜로 점수를 주다 보니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경기에서 OK저축은행 김요한이 블로킹 득점에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시즌의 운명을 쥔 ‘센터 김요한’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센터진은 김요한~박원빈~한상길~김정훈 등 4명이다. 이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높이의 약화로 팀 전체가 무너졌던 2016~2017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김요한과 박원빈이 선발로 나서고, 한상길과 김정훈이 뒤를 받치는 시스템이다. 관건은 김요한이 얼마나 빨리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느냐다. 김요한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몸담았던 2011~2012시즌 초반 이경석 전 감독의 지시로 잠시 센터로 뛴 바 있는데, 당시 17차례 속공을 시도해 7득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속공에 가담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비시즌 동안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센터로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상길은 김요한이 어려움을 겪을 때 조커로 나선다.
OK저축은행 송명근. 스포츠동아DB
● 송명근 복귀, 양 날개는 걱정 없다
2013~2014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 부문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송명근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것은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안정된 리시브에 후위공격 능력도 갖춘 송희채와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레프트 포지션에 대한 걱정은 불필요하다.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은 라이트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는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 3게임에서 경기당 21.67득점(총 65점)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KOVO컵 당시 공격성공률은 48.7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주전 세터 이민규와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공격과 후위공격은 물론 시간차에도 능해 공격 루트를 다양화할 수 있다.
● 백업 세터와 리베로, 가볍게 볼 수 없다
백업 세터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던 곽명우의 입대에 따른 빈자리는 이효동이 메운다. 이효동은 올해 KOVO컵 3경기에서 총 10세트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변화가 심한 특유의 서브까지 살아난다면 이효동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OK저축은행이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오른 두 시즌 동안 이민규와 곽명우의 적절한 활용이 돋보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때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손꼽혔던 이강주의 부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OK저축은행이 안정된 수비 포메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선 이강주가 주전 리베로 정성현의 체력부담을 덜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2016~2017시즌 팀 디그 부문 최하위(7위·세트당 8.304)의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의 강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쉽지 않다. 확실한 반격은 상대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는 것(디그)에서부터 시작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