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Medical Story] 부상선수 부활을 약속하는 세 가지

입력 2017-10-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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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 월드컵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그라운드를 누빈 황선홍(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제는 운동 손상 후 치료와 체계적인 재활이 필수인 시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의학 영원한 화두 ‘리턴 투 플레이’
수술-재활-트레이닝 3박자 맞아야 복귀


“언제부터 뛸 수 있나요?”

아니 어떻게 지금 이런 질문을 할 수가 있나. 나는 황당해 했다. 그는 암 환자였다. 10여년 전 정형외과 전공의 시절 주치의로 만났던 30대 초반의 미국인 환자가 입원해서 내게 했던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생긴 방골막 골육종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흔치 않지만, 팔다리의 뼈에 생기는 암, 골육종의 하나였다. 환자와의 첫 만남에서 당연히 “수술하면 잘 살 수 있느냐, 문제없이 완치되느냐”가 첫 번째 질문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질문은 언제 뛸 수 있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는 골육종 중에서도 비교적 예후가 괜찮은 암으로 수술을 잘 받고 퇴원했다. 이후 경과도 양호했다.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암밴드에 핸드폰을 걸고, 블루투스 헤드폰을 쓰고 열심히 달리고 있으리라.

초짜 의사였던 10여년 전 전공의 시절 가끔 만났던 정형외과 외국인 환자들은 위에 언급한 골육종 환자처럼 백이면 백 “언제 뛸 수 있느냐”부터 질문했다. 당시 내게 이런 질문은 생소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주로 만났던 우리 환자들은 “수술 할 때 안 아프냐”, “수술하면 완치되느냐” 는 질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뛰고 달릴 수 있냐는 질문보다는 안 아프게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우선이었다. 그런 질문에 나는 아주 친절하게 답해줬다. “그럼요 수술하시면 안 아프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라고.

하지만 언제부터 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당황하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초짜 의사가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질문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느냐를 보여주는 질문이라 생각된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지났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얼마나 여가를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그래서인지 우리 환자들의 질문도 요즘은 바뀌었다. “등산을 좋아하는데, 치료하고 등산 갈 수 있지요?” “사진 찍는 게 취미인데, 언제 몽고에 가서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게 가능할까요?” “축구는 언제부터 가능하지요?”

10년의 세월이 지나 발과 발목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필자에게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언제 여가활동, 취미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냐는 것으로 바뀌었다. 골절환자에게 단순히 뼈를 붙여주느냐가 중요한 단계를 지나, 골절수술 뒤 이전에 즐기던 여가,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느냐로. 그리고 더 나아가 여가생활, 운동복귀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느냐로 환자들의 궁금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초짜의사 딱지는 뗐다. 언제부터 뛸 수 있냐는 환자들의 질문은 이제 내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예상질문이 됐다.

Return to play(RTP). 언제 운동복귀가 가능한가는 운동선수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화두이며, 예나 지금이나 스포츠의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다.

물론 우리에게도 아파도 정신력으로 버티라던 과거가 있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육상 임춘애 선수는 86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면서 그 스토리와 영웅담이 화제가 됐다.

2002한일 월드컵에서 부상당한 황선홍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를 뛰는 모습은 아직도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정신력을 강조하던 한국 스포츠도 스포츠의학의 발달로 점차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운동손상 이후 수술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재활과 트레이닝이 운동복귀에 중요하다는 점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는 운동복귀 시기뿐만 아니라 얼마나 손상 이전의 운동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뿐만 아니라 생활 스포츠의 중요성의 관심도 많아졌다. 스포츠는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스포츠는 ‘하는 것’이라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에게 뿐만 아니라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도 부상 후 Return to play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요즘 나는 외래 진료를 보기 전에 항상 대답을 미리 준비한다. “언제부터 뛸 수 있나요?”라는 환자들의 예상 질문에.

서상교 LG 트윈스 필드닥터·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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