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재탕 삼탕 쇄신책…이번엔 진짜 바뀔까

입력 2017-10-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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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정몽규 회장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0월 19일 오전 9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긴급공지가 전달됐다. ‘협회 정몽규(55) 회장이 최근 상황에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5시간 뒤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행사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국가대표팀 지원책 ▲협회 인적쇄신 ▲비위 방지대책 ▲풀뿌리 발전방안 등을 정 회장이 발표했으나 딱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특히 협회 인적쇄신 방안 중 하나로 꼽은 ‘대표팀 감독 선임의 역할을 기술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내용은 이미 수차례 등장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계획만 나올 뿐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쇄신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물론 협회의 수장이 허리를 숙이면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직접 사과한 것은 의미를 줄만 했다. 그동안 협회 수뇌부는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대표팀이 부진하면 감독과 코칭스태프, 기술위원장이 물갈이됐을 뿐이다.

현재 협회 행정의 총책임자는 전무이사다. 그는 지금껏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축구계는 특정 사안에 결정권이 없고 결재 라인에서 배제된 비상근 임원들보다는 전무이사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고개를 숙일 사람은 전무이사다.

아쉬움은 또 있다. 정 회장이 정말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날 정 회장은 “죄송하다”고 했지만 찜찜했다. 사전 작성된 입장 발표까지는 좋았으나 이어진 질의응답은 취재진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정몽규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평소 말투 때문인지 아니면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 아랫사람이 써준 말을 앵무새처럼 읽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리더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의 문제는 최근까지도 전 국민이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 회장은 일문일답에서 지나치게 같은 표현만 반복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열심히 잘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분노한 팬들이 만족하기 어렵다. 혁신적인 비전이 포함된 디테일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협회를 발전시키겠다는 부분이 쏙 빠졌다.

‘협회가 아래(현장)로부터 의견수렴이 잘 되고 있는지’ ‘협회를 향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지’ 등의 물음이 나왔을 때는 “문제점은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하면서 완전한 동문서답을 했다.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여부는 주관적 관점이고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말과 “신뢰를 받고 있는 지는 어떤 분이 어떠한 측면에서, 또 역할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잘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부족하다는 분도 있다. 사람에 따라 가려진다”는 발언은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소통 부재’는 ‘정몽규 체제’의 협회에서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어떠한 자리든지 정 회장 앞에서 과감하게 ‘노(No)’를 외치는 인사들이 없다는 이야기도 끊이질 않는다. 현장에서 듣기 불편한 안건이나 제안이 등장했을 때 정작 수뇌부 논의에서 빠지다보니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하다. 한국축구를 위해서라도 오늘의 의문은 정 회장의 표현이 어색했을 뿐 모든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제발 믿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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