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군단 DB 만든 한마디 “너희들이 정답”

입력 2017-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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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으로부터 비롯된 생각의 유연성이 DB 선수들을 춤추게 하고 있다. 누구나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용감하게 3점슛을 쏘는 DB의 농구는 12일 SK전에서 28점차의 경기를 뒤집는 기적을 만들었다. DB 김주성이 3점 슛을 날리는 모습.사진제공 ㅣ KBL

이상범 감독 신뢰 리더십에 선수들 자신감
너도나도 3점슛…SK전 28점차 역전의 힘


원주 DB는 ‘공포의 3점슛’으로 중무장한 팀이다.

외국인센터 로드 벤슨(33)을 제외하고는 경기를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3점슛을 던진다. 시도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다. DB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585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10개 팀 가운데 500개 이상의 3점슛을 시도한 팀은 울산 현대모비스(551개) 뿐이다. DB는 이보다도 34개나 더 시도했다. 3점슛 시도가 가장 적은 서울 삼성(373개)과는 무려 212개 차이다. 585개의 3점슛을 시도해 204개가 림에 꽂혔다. 성공률은 34.9%(4위)다.

DB는 12일 28점차 대역전승(95-94)을 일궈낸 SK와의 원정경기에서는 무려 43개의 3점슛을 시도(18개 성공)했다. 2점슛 시도(35개)보다 3점슛 시도가 더 많았다. 2쿼터 한 때 28점차까지 뒤졌던 DB가 기적같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두경민, 김주성, 김태홍, 디온테 버튼의 무더기 3점슛이 터졌기 때문이다. ‘너무 외곽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에서 4쿼터 종료 직전 DB 버튼이 동점을 만드는 3점슛을 성공시킨 후 벤슨, 김태홍과 기뻐하고 있다. 잠실학생체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DB선수들은 3점슛 시도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연속으로 3점슛을 놓친 선수들은 의기소침 할 법도 하지만, DB는 다르다. 말 그대로 스텝만 맞으면 너나 할 것 없이 3점슛을 던진다.

여기에는 이상범(49) 감독의 지도방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오프시즌 팀 훈련 기간 내내 ‘감독의 말이 늘 정답일 수는 없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경기당 2∼3개씩 3점슛을 터뜨리는 슈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완전한 오픈찬스가 아니면 3점슛을 주저한다. 또 팀 공격의 틀이 잡히기 전에 장거리 슛을 쏘면 감독의 질타를 받으며 벤치로 들어와야 한다. 감독이 원하는 타이밍보다 빠르게 슛을 쏴 공격을 무산시켰다는 것이 이유다.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 연장전에서 DB 두경민이 역전을 시키는 3점슛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학생체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반면, DB의 농구는 정답이 없다. 찬스를 맞은 선수가 자신의 밸런스에 맞춰 볼을 잡았다면 타이밍이 빠르던, 늦던 상관이 없다. 오히려 슛을 주저하면 교체 되어 벤치로 나와야 한다. DB의 두경민(26)은 “우리 팀의 농구를 볼 때 ‘왜 그렇게 빨리 슛을 던지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감독님이 늘 ‘뛰는 선수들이 잘하는 플레이가 정답이다’고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내 찬스에 내 밸런스가 잡혔을 때 슛을 던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 자신 있게 던진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존의 편견을 모두 깬 정답 없는 DB의 농구가 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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