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잘 싸운 그들, 웃으면서 귀국

입력 2017-12-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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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회 연속 남자축구 우승을 차지한 한국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및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포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불과 3개월여 전이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축구대표팀은 9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러나 내심 기대했던 환영행사는 없었다. 대표팀을 기다린 것은 온갖 질타와 비난이었다. 일부 건설적인 비판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이었다. 여기에 때 아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 루머까지 겹쳐 신태용(47)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렸다.

다행히 확실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대표팀은 정상에 올랐다. 중국과의 1차전을 비기고, 북한과의 2차전을 어렵게 이기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가장 중요한 한일전을 4-1 쾌승으로 마쳐 기류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도착한 태극전사들 앞에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양복차림으로 “한국축구는 죽었다”고 외쳤던 소수의 그 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따스한 갈채와 환호가 야유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했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회 연속 남자축구 우승을 차지한 한국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축구대표팀 이재성과 김신욱이 주먹을 쥐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포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표팀의 귀국길은 다소 지체됐다. 도쿄에서 서울까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비행시간이지만 착륙이 조금 지연됐다. 입국수속을 하고 모든 짐을 찾은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짤막한 미팅을 하는 시간까지 추가되자 더 늦어졌다.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르면 남자 A대표팀은 원정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이용한다. 그러나 2시간 이내의 노선은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이코노미 좌석에 탑승해 귀국했다. 대표팀 최장신(197.5cm) 김신욱(29·전북 현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항공기 승무원들의 배려로 2개 좌석을 이용했지만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모두의 표정이 밝았다.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팀 원정길에 동행했던 한 스태프는 “오늘 아침 일본 신문을 보니 분위기가 몹시 싸늘하더라. 하마터면 우리가 저렇게 될 뻔한 것이 아니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도 우리가 그럭저럭 따스한 연말연시를 보내리라는 생각도 못 했다. 100% 만족할 수는 없어도 다시 박수를 칠 수 있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김포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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