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어쩜 그리 빠른가?” 폰타나의 감탄과 최민정의 강철 멘탈

입력 2018-02-14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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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가 모두 끝나고 만난 최민정(20·연세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금메달리스트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확정하는가 싶었으나,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눈물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여자쇼트트랙은 미지의 영역으로 불리는 500m 정복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하다. 최민정은 그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였다.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서양선수들의 힘과 스피드에 밀리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특히 500m는 더 이상 한국의 취약종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날의 실격 판정은 최민정이 그토록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치곤 너무도 가혹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컸을 터이다.


●감탄한 챔피언 “민정, 어쩜 그렇게 빠른가?”

실격 판정을 제외하고 보면, 최민정의 레이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특유의 막판 스퍼트는 앞서 달리던 선수들 모두를 긴장케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인 폰타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탈리아 취재진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마친 폰타나를 불러 세웠다. “한국 취재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폰타나는 밝은 표정으로 몇 가지 질문에 답했다. 무엇보다 최민정의 레이스를 복기하며 던진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최민정은 엄청나게 스피드가 빠른 선수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가?”

최민정의 막판 스퍼트가 워낙 좋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단다. 그는 “최민정이 막판에 치고 나온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지의 영역으로 평가받던 여자 500m에서 기존의 강호들을 위협할 한국스케이터가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그 어려운 일을 최민정이 해냈다.


●흔들리지 않는 멘탈, 최민정은 이미 챔피언!

최민정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4~2015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때의 최민정은 연약하고 말주변이 없는 이미지였다. 빙판 위에선 엄청난 스피드를 뽐내다가도 월드컵 메달 수여식 등에선 적극적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500m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펼친 세리머니는 그런 최민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특히 이날 경기 후 최민정의 한마디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다른 선수와 부딪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세 종목이 더 남아있고, 500m 경기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

16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소녀는 4년 뒤 멘탈까지 장착하고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표정에도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쇼트트랙대표팀 김선태 감독은 “앞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 부분에 대한 준비도 많이 했다. 최민정은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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