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신의 ‘빙상의 전설’] 빙상연맹을 해체하라고?

입력 2018-02-22 2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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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팀추월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론부터 말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 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사분오열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만 정해졌을 뿐 연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엎친데 덮쳐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까지 벌어졌다. 이어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은 노선영의 ‘고발’이 터졌다. 안 그래도 서먹했던 선수들 간에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극적으로 노선영이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그 골이 메워질 리가 없었다.

결국 터졌다. 19일 예선 경기에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은 최악의 팀워크를 보이며 예선 7위를 기록했다. 노선영을 방치하고 김보름, 박지우가 한참 앞서 들어오는 장면도 문제였거니와 더 큰 문제는 두 선수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김보름이 노선영을 비난하는 듯한 인터뷰에 ‘썩소’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타며 공분을 샀다. 대표팀의 백철기 감독이 ‘해명과 사과’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 내용을 노선영이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김보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보름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팀추월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김보름은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부상을 당해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조차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재활에 힘쓰다 3차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가까스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온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인으로선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매스스타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훈련을 한 것이지, 결코 특혜라거나 훈련 규정을 어기는 일은 없었다고 항변한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의 금메달 기대주로 전 국민의 응원을 받는 선수였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깜짝 스타가 된 이승훈을 보고서 김보름이 쇼트트랙 선수에서 스피드 선수로 전향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이승훈처럼 세계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김보름도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중장거리의 기대주로서 소치 올림픽에 출전해 이상화를 제외한 여자 선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소치 올림픽 이후 이승훈, 김보름 두 사람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의 장점을 살려 나란히 남녀 매스스타트의 1인자가 되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노선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초대 챔피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보름은 24일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그러나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김보름이 부활한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이 될 것이다.

이번 여자 팀추월에서의 본질은 파벌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특정 인물에 반대하는 세력이 노선영 선수의 배후에서 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파벌 싸움의 주된 내용이다.

파벌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빙상계의 고질병이다. 대한빙상연맹을 해체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대한빙상연맹을 해체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극단적인 주장이나 비난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 그리고 관심이 대한빙상연맹을 바로 잡는 길이 될 것이다.

빙상칼럼니스트·‘빙상의 전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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