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송준호 교체가 감동인 이유

입력 2018-03-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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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송준호(왼쪽)-최태웅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레프트 송준호는 서브를 받아내지 못했다. KB손해보험 황두연의 서브 에이스가 계속 쌓여갔다. 그래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14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최종전 4세트 때 장면이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면 벌써 교체해줬을 것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너 스스로 이겨보라’는 마음으로 뒀다. 내리 4점째를 줬을 때, 작전타임을 불렀다. 딱히 할말이 없었다. 송준호를 위해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다시 코트로 나갔다. 그러나 이미 멘탈이 무너진 송준호는 서브를 받지 못했다. 0-7까지 벌어졌다. 사실, 이 순간 이날 승패는 결정이 난 셈이었다.

이제 남은 상황이 별 의미가 없게 된 무렵, 최 감독은 의외의 결정을 했다. 코트 선수 거의 전원을 교체해버린 것이다. ‘최 감독이 경기를 놨구나’, ‘선수들에게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의도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송)준호를 바꿔줘야 했다. 더 이상 두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송준호만 쏙 빼면 그 장면이 얼마나 처참하겠나. 짧은 순간 고민을 많이 했다. 코트에서 뛰던 선수 전원을 교체하면 송준호에게 쏠릴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현대캐피탈은 4경기를 했다. 전부 패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에게 버리는 경기는 없다”고 고백했다. OK저축은행에 밀릴 때에는 주전선수들을 질타했다. “백업선수들은 오늘 하루를 뛰기 위해 1년을 고생했다. 그런데 너희들이 그렇게 성의 없이 플레이한다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오늘 경기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라고.

결국 현대캐피탈은 그날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최 감독은 대세가 기운 4세트 막판 송준호를 다시 넣었다. 일부러 황두연 서브 때 넣었다. ‘한번 멋지게 받아내서 자신감을 찾으라’는 무언의 배려였다. 그러나 황두연은 서브를 송준호에게 넣지 않았다.

경기에 패한 뒤, 송준호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흘렸다는 전언이다. 그 눈물의 의미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최 감독의 마음을 송준호는 알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조금 더 강해져 있을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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