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15방’ 문경은 소원 푼 SK, 우승이 눈앞에 왔다

입력 2018-04-16 2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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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SK와 원주동부 경기에서 98-89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원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서울 SK 문경은 감독은 선수시절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프로통산 610경기에 출전해 1669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는 KBL 역대 1위이자 당분간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선수시절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군림했던 문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자신과 같은 슈터를 만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SK는 문 감독이 팀을 맡은 기간동안 3점슛에 있어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때 35.5%로 팀 3점슛 성공률 3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SK는 32.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10개 팀 중 6위였다. 문 감독은 가끔 식사자리에서 “내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3점슛 때문에 고민할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SK는 정규리그 막바지부터는 팀 훈련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가 테리코 화이트, 최준용, 이현석, 최원혁, 안영준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슈팅 훈련을 꾸준히 지도 해왔다.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둘째 치고 선수들로 하여금 3점슛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문 감독은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원주 DB와의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제대로 ‘소원 풀이’를 했다. SK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방에서 3점슛을 터뜨렸다.

센터 제임스 메이스(25점·3점슛4개)가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4개의 3점슛을 터뜨렸고, 테리코 화이트(23점·9리바운드·11어시스트·3점슛 4개), 최준용(14점·3점슛 2개), 이현석(11점·3점슛 2개), 최원혁(3점·3점슛1개), 안영준(4점·3점슛1개), 김민수(10점·3점슛1개) 등 7명이 15개의 3점슛을 합작했다. 성공률은 무려 55.5%(27개 시도·15개 성공)에 이르렀다. 3쿼터에는 10개의 3점슛 중 무려 8개가 적중(성공률 80%)되면서 3쿼터 막바지에는 74-58까지 점수를 벌리기도 했다.

SK는 4쿼터 디온테 버튼(28점·7리바운드·6어시스트)과 두경민(24점·5리바운드)을 앞세운 DB의 거센 추격을 받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화이트가 중요한 순간마다 3점슛을 터뜨리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또한 3쿼터까지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했던 김선형(4점)까지 득점에 가세해 힘을 보탰다.

결국 SK는 98-89의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 2연패 뒤 3연승을 기록하면서 시리즈 주도권을 가져왔다. SK는 앞으로 1승만 거두면 1999~2000시즌 이후 18시즌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프로농구 역사상 2승2패 상황에서 5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80%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무더기 3점슛으로 승리의 기쁨과 함께 우승을 위한 80%의 확률을 함께 가져가는 기쁨을 누렸다.

원주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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