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도 ‘#MeToo’·정부 조사시작

입력 2018-04-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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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프로야구(KBO) 등 5개 프로 스포츠단체 62개 구단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프로스포츠는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실태 확인만 이뤄졌다. 최근에는 프로 바둑기사 김성룡 9단이 성폭행 논란에 휘말려 논란이 되고 있다. 

‘미투(#MeToo)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 왔던 여러 불합리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그동안 성폭력 관련 사각지대였던 프로스포츠의 실태를 진단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프로야구(KBO)와 축구(K리그), 농구(KBL·WKBL), 배구(KOVO), 골프(KPGA·KLPGA) 등 5개 프로 스포츠단체 62개 구단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KPSA)를 통해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심층 조사로 진행되며, 피해자 확인 시 구제 방안이 포함된 후속 조치도 마련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수와 코칭스태프 뿐 아니라 프런트, 치어리더, 장내 아나운서, 리포터, 지원 스태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계획이다. 예상되는 총 조사 대상은 약 1만3000여명에 이른다. 프로스포츠 간접종사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아마추어스포츠의 경우 대한체육회가 정기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는 비정기적으로 실태 확인만 이뤄졌다.

문체부는 지난 2007년 여자프로농구 감독이 선수를 성추행해 구속되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선수들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직접 선수 뿐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까지 범위를 확대해 성폭력 실태 조사 및 피해자 구제, 예방 활동을 벌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약자 입장에 있는 모든 관련 종사자들을 포함하겠다. 또한 현재 각 종목 연맹의 관련 신고 체계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또한 앞으로 프로스포츠의 성폭력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8일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36)이 대한체육회 여성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해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미투’운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체육계에서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그동안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 및 징계가 이뤄져 왔지만 프로스포츠에서는 2007년 여자프로농구 사건 이후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프로스포츠에는 문체부가 강조한 것처럼 치어리더 등 협력업체에 소속된 여성종사자들이 많아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07년 조사 당시 프로와 실업 16개 종목 여성 선수 2254명 중 16.1%가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체육계는 각 종목 특성상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지도자와 선수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특징이 있어 그동안 조사에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조사 전문기관을 선정해 개별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6개월에 걸쳐 심층 조사를 진행하며 11월에 보고서가 완성될 전망이다.

동양문화의 정수, 예와 도의 게임, 마인드·멘탈 스포츠로 인식되어 온 바둑계도 미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17일에는 프로기사 김성룡 9단이 성폭행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프로기사 A씨는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장문의 미투 폭로글을 게재했다. A씨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그가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눈을 떴다”라고 주장했다.

김 9단은 현재 바둑리그 감독, 한국기원 홍보대사 등을 맡고 있으며 TV 바둑해설자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사이기에 바둑계와 팬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앞서는 여자 프로기사가 과거 바둑도장에서 선배 기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가해자로 지목된 기사가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9단의 폭로가 터지자 한국기원은 18일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윤리위는 미투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김성룡 9단은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명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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