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 달성 서울 SK의 챔프전 징크스와 뒷이야기

입력 2018-04-20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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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18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서울 SK는 징크스가 많은 팀이다. 문경은 감독부터 그렇다. 문 감독은 챔프전에서 패하면 그 다음에 경기에는 속옷부터 다 싹 갈아입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똑같은 복장으로 다음 경기에 나선다. 선수단도 징크스를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이번 챔프전이 벌어지는 기간 SK 선수들은 어떤 징크스를 가져갔을까.

●매 경기 구단 버스 숙소와 경기장 2번 왕복


챔프전 3차전을 앞두고 SK 김선형, 테리코 화이트, 안영준 등 5명은 일찌감치 숙소에서 나와 체육관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평소보다 일찍 나가 슈팅 훈련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당초 이용하려던 차량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구단 버스였다. 구단 버스 기사님에게 양해를 구해 소수였지만 대형 차량을 움직이게 됐다. 챔프전에서 2연패를 하다 3차전에서 승리하자 김선형 등 조기훈련 멤버들은 4차전부터 계속 구단 버스를 타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결과는 계속된 승리였다. 원정으로 벌어진 5차전에서도 구단 버스는 경기 시작에 앞서 숙소와 경기장을 2번이나 왕복해야 했다.

●막힘없이 달려야 했던 구단 버스


버스와 관련된 또 하나의 사연이 있었다. 구단 버스가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향할 때 가능한 신호에 걸리지 않고 계속 질주한 날에 결과가 좋았다. 그렇다보니 선수들도 이 부분에 신경을 썼던 것. 챔프 6차전을 앞두고 경기장으로 향하던 구단 버스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 구간에서 신호등에 노란 불이 켜지자 서고 말았다. 계속 달려야 하는 징크스가 있었지만 안전을 무시할 수 없었던 버스 기사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자 뒤에 앉아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웅성웅성 말이 나왔다. 그러나 SK는 6차전에서 DB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우승을 위해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구단 버스 기사님의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며 웃었다고 한다.



●김선형의 우승 부적(?)


SK 트레이닝 담당 한대식 코치는 이번 시즌 시작 전 작은 나무토막에 ‘서울 SK V2’라는 글귀를 새겨 선수들이 운동하는 곳에 비치했다. 선수들이 웨스트 등 훈련을 하러 방문했을 때 이를 보며 더 분발하길 바랐던 것이었다. 이를 눈여겨보던 김선형은 정규리그 막판 자신의 방으로 가져왔다. 물론, 한 코치의 허락 아래였다. 김선형은 TV 앞에 이 나무토막을 놓았다. TV를 볼 때마다 눈으로 한 번 더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PO에 들어서는 아예 이 나무토막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개념이었다. 이 나무토막 덕분이었을까. 김선형과 SK는 그토록 바랐던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김선형은 나무토막의 기운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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