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아스널 아센’ 웽거 그리고 아스널의 내일은?

입력 2018-04-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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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아르센 웽거 감독이 22년의 장기집권을 마감했다. 웽거 감독은 2017∼2018시즌을 마친 뒤 팀의 지휘봉을 놓기로 최근 결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축구의 위대한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아르센 웽거(69·프랑스)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과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이별을 택했다. 1996년 9월 부임한 웽거 감독은 “지금이 클럽과 헤어지는 데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아스널을 향한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며 작별 메시지를 남겼다.

평가는 분분해도 오랜 시간 ‘아스널=웽거’ 등식이 성립해왔다. 22년 동안 한 팀에 머물며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웽거 감독은 티에리 앙리, 파트리스 비에이라 등 숱한 스타들을 탄생시켰고, 안팎으로 단단한 아스널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웽거 감독은 아스널이 창단 110년 만에 처음 데려온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무명의 그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영국 언론들은 의구심을 보였다. 탄수화물과 육류 섭취를 최대한 줄인 식단 조정과 독특한 훈련방식은 경기 당일까지도 큼직한 스테이크를 맥주와 먹는 데 익숙한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모두가 감독의 방식을 존중하고 따르게 됐다.

2003~2004 시즌 무패 우승을 달성할 당시 웽거와 앙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로 재임 22년 동안 리그 3회, FA컵 7회 정상에 올랐는데,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무패(26승12무·승점90)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구단과의 궁합도 척척 맞았다. 경제학 학위 소지자답게 클럽 재정에 관심이 많았다.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하고, 적절한 타이밍의 선수 이적을 통한 수입을 확충했다. 오랜 역사의 하이버리를 버리고, 7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에미리츠 스타디움을 신축할 수 있었던 것도 당장과 오늘이 아닌, 클럽의 내일과 미래를 그려가는 것에 동조한 웽거 감독의 지지가 컸다.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지도자들은 많아도 웽거 감독처럼 한 팀의 모든 것을 가꾸고 일군 이들은 극히 드물다. 오랜 라이벌이자 27년 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정도가 유일하다. 당장 아스널은 ‘포스트 웽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장기집권한 퍼거슨 전 감독이 떠난 뒤 맨유도 한참 헤매다 주제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웽거 감독은 ‘영원한 은퇴’를 못 박지 않았다. 아스널과 이별을 했을 뿐, 새 정착지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에버턴 등 차기 행선지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아스널 지휘봉을 원할 감독들도 많지만 웽거 감독을 원하는 팀들도 역시 많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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