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러시아 리포트] ‘주도와 기다림 사이’ 신태용호, 멕시코전 패턴은?

입력 2018-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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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는 2018러시아월드컵이 시작하자마자 큰 위기에 봉착했다. 모든 초점을 맞춰 치밀하게 준비한 스웨덴과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1로 패하자 국내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온갖 비난이 난무하고, 특정 선수를 향해 도 넘은 저주와 욕설이 쇄도하고 있다.


스웨덴과 격돌한 니즈니노브고로드를 떠나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태극전사들도 침울한 분위기에 젖었다. 공교롭게도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린 터라 더욱 불편하고 딱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고, 두 경기 더 남았다. 이제 만날 상대는 독일을 꺾은 북중미 강호 멕시코다. 한국과 멕시코는 24일(한국시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그야말로 끝장승부. 벤치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멕시코의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는 독일전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전형적인 ‘선 수비-후 역습’ 축구를 펼쳤다.


그렇다고 이러한 패턴을 우리에게까지 고수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객관적인 전력상의 우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려는 작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첫 골을 먼저 넣으면 반드시 승부를 뒤집어야 하는 우리로선 더욱 전진해야 하고, 자연스레 뒷공간이 열리게 된다. 결국 추가 실점의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무엇보다 멕시코를 이끄는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수 싸움에 굉장히 능하다. 주력 자원 몇몇을 부상으로 잃었어도 여전히 가용 카드가 넉넉하다. 신 감독도 “시작과 동시에 강하게 멕시코가 나올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꽁무니만 뺄 수도 없다. 수비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모든 걸 잃어버린 스웨덴전을 떠올리면 필요할 때마다 과감하게 전진해야 멕시코의 기세를 조금이나마 진화할 수 있다. 흥이 넘치고, 다이내믹한 리듬에 밀리기 시작하면 끝없이 위기만 맞이하다 90분을 흘려보낼 수 있다.


신 감독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경기 중에도 포메이션을 자주 바꿀 정도로 변화에 익숙하다. 특히 공격성향이 짙다. 스웨덴전이 더욱 답답했던 배경도 평소보다 라인을 많이 끌어내렸음에도 변변한 역습 찬스를 연출하지 못한 것에 있다.


경기를 주도해야 할 것인지, 반대로 기다려야 할지, 또 그렇다면 언제까지 버텨줘야 할지 정확한 타이밍 설정이 필요하다. 경기장 기자석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벤치와 교신할 ‘분석 전문가’ 전경준 코치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오소리오 감독의 지시와 작전을 정확히 읽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중대 기로에서 선 신 감독은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까.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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