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차분→침울, 시급한 대표팀 캠프 분위기 재정비

입력 2018-06-2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훈련 중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을 대비하기 위해 4일(한국시간)부터 11일까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사전훈련캠프를 진행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 발표 직후 처음 레오강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왠지 모를 어수선함이 느껴졌다. 다소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7일 인스부르크에서 치른 볼리비아와 마지막 공개 평가전(0-0 무)이 끝난 뒤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대표팀과 동행한 지원스태프, 취재진의 걱정이 대단했다.


그런데 12일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직후부터 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떠들썩했지만 진지했고, 활기찼으나 차분했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수비는 99.9%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했을 때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했다. 다만 “오스트리아부터 이어진 끊임없는 미팅과 포지션별 대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이 선수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단단한 확신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정도의 추측만 가능했다.


하지만 다시 어수선해졌다.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스웨덴전 패배는 어렵게 찾았던 자신감마저 앗아갔다. 19일 회복훈련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훈련장에 나타난 선수단의 얼굴은 전부 딱딱했다. 웃음기는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


실시간 전달되는 차마 비판이라 할 수 없는 과도한 비난을 위한 비난, 특정 선수를 향한 마녀사냥이 대표팀의 모든 구성원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하게 한다. 패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부족함을 보완하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판에 불필요한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한결같이 “우리가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을 아끼지만 힘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다행히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이겨내려고, 다시 희망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20일 전술 위주의 팀 훈련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담겨 있었다. 정우영(29·비셀 고베)은 “스웨덴전은 정말 아팠지만 모두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무너지지 말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 더욱 강한 상대들(멕시코~독일)을 만나지만 공은 둥글다”고 희망을 전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회가 끝나지 않았고, 아직 기회도 남아있는 만큼 비난이 아닌 사랑과 격려의 갈채를 보내줬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