웽거&라니에리부터 벤투까지…A대표팀 감독 선임 막전막후

입력 2018-08-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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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가 2022카타르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신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을 17일 공식 선임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49) 위원장이 7월 5일 1차 선임 소위원회를 개최해 새 감독을 뽑겠다고 결정한지 40여일 만이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소위원회 위원 모두가 “이번 작업을 끝으로 사퇴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힘겹고 고된 작업이었다. 특히 누군가에게 ‘감투’를 씌워준다는 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 최초 리스트 업! 웽거부터 케이로스까지


당시 선임위원회는 주요 감독 10명이 포함된 포트폴리오를 작성했고, 김 위원장이 이들과 접촉을 위해 지난달 8일 첫 번째 유럽 출장을 떠났다. 축구계 하마평에 꾸준히 등장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70·브라질) 파우메이라스 감독과 바히드 할릴호지치(66·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 일본 감독은 아예 리스트에 없었다. 최근 이집트와 계약한 하비에르 아기레(60·멕시코) 감독은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과거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접촉 대상에서 제외됐다.

프랑스 파리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김 위원장은 이후 유럽 각지로 이동하면서 각 후보들의 의중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이탈했다.

2018러시아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모스크바에서 만난 위르겐 클린스만(54·독일) 전 미국 감독은 정중히 거절의 뜻을 전했고, 아르센 웽거(69·프랑스) 전 아스널(잉글랜드) 감독 역시 인터뷰에 실패했다. 간절하게 웽거와의 대면을 희망했음에도 이뤄질 수 없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7·이탈리아) 감독과는 깊이 연결됐고, 협상 초기단계에 오를 수 있었으나 대표팀이 아닌 클럽 지휘봉을 우선시한 감독 본인의 상황과 소위원회 진행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아야 했던 우리 입장이 어긋났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우선접촉대상 3명이 추려졌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르나르(50·프랑스) 모로코 감독이었다. 케이로스와 르나르는 직접 면접을, 오소리오와는 화상 통화로 교감을 나눴다. 주요 클럽과 대표팀에서 좋은 이력을 쌓았고 아시아 경험도 갖춰 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폴 르 구앙(54·프랑스) 전 오만 감독의 경우 뚜렷한 의지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페르난도 이에로(50·스페인) 전 스페인 감독은 스페인축구협회에서 추천한 인물로, 국내 대리인까지 선임하며 관심을 보였으나 김 위원장은 3명에 올인하기로 했다.

약 열흘 일정으로 유럽을 다녀오자마자 개최된 2차 소위원회(7월 19일)에서 러시아월드컵 여정을 책임진 신태용(48) 전 감독의 운명이 사실상 결정됐다. 전술·선수 선발·훈련 분석 등 감독선임위 산하 소위원회 보고에 따라 신 감독과의 결별이 유력해졌다.

7월 4주차를 기점으로 동시다발적인 논의가 이뤄진 협상은 쉽지 않았다. 르나르는 계약이 남았고, 케이로스와 오소리오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했다. 특히 케이로스는 면접 당시 과거 ‘주먹감자’ 사건에 대해 “난 이란을 위해 그렇게 했고, 만약 한국과 함께하면 한국을 위해 그렇게 싸울 것이다. 이는 게임의 일부”라는 답으로 선임위원들을 만족시켰음에도 정작 협상 태도는 좋지 않았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스포츠동아DB


● 플랜B 돌입, 어째서 벤투였나?

만에 하나를 위해 2명의 후순위 접촉후보를 정해뒀으나 우선접촉대상 3명은 끝까지 다른 지역의 오퍼를 놓고 주판알을 굴려 김 위원장의 근심은 대단했다. 한국은 생각처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세금을 포함한 40억원 연봉에 카타르월드컵 본선개최시기(11~12월)를 고려해 장기계약(3년 6개월+1년)을 제시했음에도 이동도 어렵고, 낯선 환경에 여론마저 극성스러운 이곳에 선뜻 발을 들여놓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이달 초 김 위원장은 소위원회 위원들과 미팅을 갖고 “3명은 어려울 것 같다”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한 뒤 플랜B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8월 7일 두 번째 유럽 출장을 떠난 김 위원장은 협상에 어려움이 빚어질 것을 우려, 보안에 보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접촉 후보들만 대략적으로 알렸을 뿐 자신의 동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렇지만 역시 모든 걸 감출 수는 없었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와 포르투갈 스포츠전문지 아 볼라 등 유력 매체들의 꾸준한 추적과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을 통해 김 위원장의 동선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의 전언으로 슬라벤 빌리치(50·크로아티아) 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이 유력 협상 후보로 등장한 가운데 현지 매체들의 잇달은 보도로 벤투와 키케 플로레스(54·스페인) 전 에스파뇰 감독의 미팅 사실이 공개됐다. 후안데 라모스(64·스페인) 전 토트넘 감독과도 면접이 이뤄진 가운데 아담 나바우카(61·폴란드) 전 폴란드 감독역시 동유럽 에이전시를 통해 자신의 의중을 전달한 뒤 접촉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으나 가장 강렬한 열망을 보인 벤투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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