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아빠 까바르 자카르타] 리우의 좌절, ‘AG 2연패’ 김태훈을 단단하게 만들다

입력 2018-08-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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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태권도대표팀 김태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태훈(24·수원시청)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기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서다. 당시 그는 한국 남자 태권도 경량급의 희망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2013년 푸에블라·2015년 카잔세계선수권, 2014년 타슈켄트아시아선수권과 인천아시안게임(AG)을 제패한 뒤 올림픽까지 4대 국제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김태훈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그랜드슬램’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김태훈에게 거는 기대가 엄청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16강전에서 세계랭킹 46위의 복병 타윈 한프랍(태국)에게 10-12로 일격을 당했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따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금메달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김태훈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메달 획득 직후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라고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더 이를 악물었다. 2017년에는 6월 전북 무주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54㎏급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세계태권도연맹(WTF) 그랑프리대회 1~2차에 이어 파이널까지 제패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존의 1점이던 몸통공격의 배점에 차등을 두고, 매트에 넘어질 경우 무조건 상대 선수에게 1점을 주는 WTF의 경기규칙 개정은 김태훈의 장기인 ‘공격 태권도’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플레너리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AG 태권도 남자 58㎏급에서도 김태훈의 공격 태권도가 빛났다. 16강전에선 천샤오이(중국)를 무려 40-2로 대파하며 AG 2연패를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옐도스 스카크(카자흐스탄)와 8강, 스즈키 세르히오(일본)와 4강전도 가볍게 통과했고, 결승에서도 니야즈 풀라토프(우즈베키스탄)을 시종일관 압박하며 24-6의 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남자 겨루기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자, 태권도 세 번째 금메달이었다.

김태훈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리우 기억부터 떠올렸다.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리우의 아쉬움은 리우에서 끝났다. 내가 한 단계 성장한 계기이자 실력이 아닌 선수로 많이 성장한 대회였다. 이듬해인 2017년에 좋은 성적이 많이 나왔다. AG 금메달까지 땄으니 올해 출전할 수 있는 나머지 모든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의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한편 여자 53㎏급 하민아(23)는 결승에서 포야수(대만)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10-29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67㎏급 김잔디(22·이상 삼성에스원)도 줄리아나 알 사데크(요르단)에게 1-5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아빠 까바르(apa kabar)’는 인도네시아어로 ‘안녕하세요’를 의미하는 인사말입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현장을 발로 뛰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스토리를 지면에 담아내겠습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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