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보내고 찬란한 가을 여는 손흥민

입력 2018-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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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바쁜 여름을 보냈다. 소속팀 일정을 마친 직후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스포츠동아DB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제 찬란한 가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험난하고도 짜릿했던 여름 레이스를 모두 마쳤다.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시작은 따사로운 햇볕이 감돌던 5월부터였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둔 국내 평가전에서 손흥민은 선봉에 섰다.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을 앞둔 26살 공격수는 4년 전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6월 사전캠프지 오스트리아를 거쳐 결전의 땅 러시아로 떠난 이후에도 마음가짐은 그대로였다. 자신의 앞마당인 최전방을 휘저으면서 동시에 최후방 수비진에 가담하며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 직후 공격수가 수비에 너무 가담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손흥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골맛도 봤다. 멕시코와의 2차전 통쾌한 중거리슛과 독일과의 최종전 쐐기골을 터뜨리며 자신이 한국축구의 에이스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그러나 2014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뒤 굵은 눈물을 쏟아야했다.

비록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는 또 한 번 이뤄내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좌절할 틈이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소속팀 일정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자신의 향후 진로를 크게 좌우할 병역 면제 혜택이 걸린 이 대회에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이끌었다.

동갑내기 황의조(26·감바 오사카), 맏형 조현우(27·대구FC)와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며 험난한 원정을 무사히 치렀다. 결실도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대회 정상 등극과 병역 면제라는 커다란 선물을 함께 안았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러시아, 영국, 인도네시아 등 짧은 기간 안에 전 세계 곳곳을 오간 손흥민. 이제는 쉴 만도 했지만 휴식은 사치에 불과했다. 이번엔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선장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의 부름이었다. 코스트리카~칠레와의 A매치를 앞두고 손흥민은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동시에 선배 기성용(29·뉴캐슬)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도 차게 됐다. 천방지축으로 통하던 손흥민이 이제 내로라하는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캡틴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인 5월 이후 또다른 ‘살인일정’을 소화하면서 ‘혹사논란’까지 벌어졌던 그다. 11일 칠레전 직후 만난 손흥민은 그러나 피곤한 기색이 없어보였다. 빼곡한 일정 탓에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많이 뛰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혀 힘들지 않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일은 늘 영광이다”며 웃었다. 대한민국 축구 에이스다운 의젓함이었다.

5개월 가까운 대장정을 마친 손흥민은 12일 소속팀에 합류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제 시작이다”는 본인의 표현대로 2018~2019시즌은 겨우 발을 뗐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찬란한 가을을 위해 손흥민은 다시 뛴다. 토트넘은 1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경기를 갖는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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