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일본 V리그 사무국장이 말하는 ‘일본 배구의 힘’

입력 2018-09-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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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천·KAL KOVO컵을 지켜본 일본 V리그 다카오 오키 사무국장은 유기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일본 배구를 두고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학교까지 지도자들로부터 좋은 교육을 꾸준히 받아 어떤 레벨에서도 기본기 중심의 배구가 가능하다”고 비결을 밝혔다. 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일본 V리그의 JT 선더스는 얼마 전 끝난 2018 제천·KAL KOVO컵에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했다. 히로시마를 연고지로 둔 JT는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한 강팀으로 우리 배구팬에게 친숙한 에드가 토마스가 있어 큰 기대를 모았다.

2015년 4월 두 나라 V리그 챔피언끼리 겨루는 한일탑매치에서 JT는 비소토, 고시카와 유 등을 앞세워 출전했다. 당시 OK저축은행에 2-3으로 졌던 JT는 이번 KOVO컵에서 그 당시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주전센터가 일본대표팀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고 에드가도 발목부상에서 완치되지 않아 출전을 포기한 탓이었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3연패를 기록했지만 JT는 세밀하면서도 유기적인 플레이, 탄탄한 기본기에 바탕을 둔 배구를 했다.

JT의 KOVO컵 참가를 계기로 제천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일본 V리그(정식명칭은 사단법인 일본 배구협회 V리그기구)의 다카오 오키 이사 겸 사무국장(우리의 사무총장 역할)이었다. 15일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그동안 일본 V리그는 이번 겨울 본격적인 프로화를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꾸준히 나왔다. 탄탄한 경제력과 풍부한 배구인프라를 바탕으로 프로리그가 출범한다면 우리 V리그에도 영향을 끼칠 것은 확실했다. 스포츠동아는 다카오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V리그의 프로화 진행과정, 한일 두 나라 배구문화의 차이점 등을 물어봤다. 그는 배구선수 출신으로 2016년부터 V리그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발언 가운데 우리 V리그가 참조하고 두 나라의 협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도 나왔다.


-이번에 JT가 보여준 세련된 일본배구 플레이방식에 많은 팬들이 감탄했다. 일본 배구의 특성이기도 한데 어떻게 그런 플레이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좋게 평가 해줘서 감사하지만 아직 그렇게 강하지는 못하다. 다만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학교까지 배구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그 속에서 선수들이 기본기를 충실히 잘 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일본만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배구를 교육한다. 기본기 위주로 충실하게 가르치고 학생들이 커가면서 지도자들로부터 좋은 교육을 꾸준히 받기 때문에 어떤 레벨에서도 기본기 중심의 배구가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은 초등학교 4~5학년까지는 선수들에게 스파이크 등 공격을 전혀 시키지 않고 패스와 리시브 등 기본기 훈련만 반복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하는 팀도 있다.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다지고 이를 중요시하는 일본배구와 달리 높이와 파워를 우선시 하는 한국배구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이번 KOVO컵에서 한국 V리그 팀의 경기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일본과 비교해서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V리그 다카오 오키 사무국장. 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V리그가 프로화를 추진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들었다.

“반드시 올해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프로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추진했지만 구단들의 반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 특히 여자구단에서 프로화를 반대했다.”


-현재 일본 V리그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남녀 합쳐서 47개 팀이 1~3부로 나눠 경기를 한다. 1부리그는 남자 10개, 여자 11개 팀이고 2부리그는 남자 9개, 여자 10개 팀이다. 3부는 남자리그만 있다. 일부 선수는 프로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속 회사의 직원 신분이다. 축구처럼 승강제를 한다.”


-언젠가는 일본 V리그가 프로화를 할텐테 그 경우 현재 KOVO에서 뛰는 선수들도 영입대상이 되나?

“그렇다. 지금도 하고 있다. 예전에 김연경 선수가 JT 마블러스에서 뛰었지만 일본에서 활약하는 모든 외국인선수는 프로선수다.”


-그렇다면 지금 KOVO의 V리그 소속이 아닌 아마추어 선수, 예를 들자면 고교생이나 대학생도 영입대상인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한국 배구계로부터 혼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반대로 일본인 선수를 KOVO V리그에서 데려오는 것은?

“예전에 KOVO에 선수교환을 하자고 아이디어차원에서 얘기한 적은 있다. 일본선수는 대부분이 프로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구단과 협의가 잘 된다면 일본 V리그에서는 KOVO의 선수로 뛰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이번 시즌 일본 V리그에는 뮤셜스키(러시아대표), 루지에(프랑스대표) 등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뛰는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V리그의 붐업을 위해서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세계정상의 선수가 오면 우리 선수들이 옆에서 보고 배우고 이를 통해 일본배구의 실력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런 것을 노린다. 일본은 현재 남자 1부 리그에 6~7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다. 모든 팀에는 감독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코치가 있다. 이들 덕분에 해외의 유명선수와 연결고리가 많아졌고, 그 덕분에 좋은 선수들이 온다.”


-일본배구가 외국인 지도자에 문을 활짝 연 이유는?

“옛날에는 기술을 일본에서 가르쳤지만 갈수록 좋은 기술을 알려주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고 지식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선진배구 기술을 외국인 지도자를 통해 배우고 있다. 아직 여자팀들은 외국인 지도자를 쓰지 않지만 대신 선수들이 외국리그에 나가서 선진기술을 배워오려고 한다. 이번에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한 나카오카 미유 같은 선수들이 그런 사례다.”

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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