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전략·전술적인 준비·약속·분석 하는 벤투호에 ‘우연은 없다’

입력 2018-10-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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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파나마와의 평가전을 이틀 앞둔 1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한 훈련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강한 상대를 만나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는 ‘벤투 스타일’ 뒤에는 철저한 분석과 훈련, 그리고 약속된 플레이가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빼어난 경기력으로 결과를 가져오고 있고, 스탠드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늦가을에 한국 축구에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 한국 대표팀은 12일 벌어진 FIFA 랭킹 5위 우루과이와의 맞대결에서 2-1 승리를 거두는 등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벤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 한국은 세 차례 A매치에서 2승1무를 거뒀다. 4골을 넣은 반면 실점은 1골에 불과하다. 9월 코스타리카(2-0 승), 칠레(0-0 무)를 상대로는 2경기 연속 무실점 했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점유율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공격 작업을 펼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벤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어떤 준비를 통해 어떤 결과를 노리고 있는지, 우루과이전을 통해 심층 분석했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기성용(왼쪽)이 우루과이 선수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패턴플레이로 해결한 빌드업 약점

한국의 공격 전개 과정을 보면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졌다. 오픈 플레이 때는 기성용이 중앙수비수 2명 사이까지 내려와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간혹 정우영이 기성용의 역할을 대신했다. 한국이 골킥으로 공격을 시작할 때는 미드필드 중앙에 공간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중앙 수비수 2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은 우리 페널티 에어리어 지역 좌우와 중앙에 배치해 짧은 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대 공격수의 압박으로 짧은 패스가 힘들면 공간이 충분한 미드필드 중앙 쪽으로 골킥을 했다. 보통 최전방 공격수를 향해 긴 골킥을 시도하기 마련인데 벤투호는 확연히 달랐다.

두 가지 패턴은 모두 훈련과정에서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한 사항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1명에게 빌드-업 시발점 역할을 맡긴 것은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투톱으로 나올 우루과이 공격수들의 압박을 견뎌내기 위함이었다. 2명이 압박할 때는 3명이 빌드-업을 하는 게 효과적이기 마련이다. 골킥 패턴은 어차피 공격수들이 긴 롱킥을 볼 소유로 이어갈 확률이 떨어진다고 보고 좀 더 공간이 넓고 상대적으로 장신이 적은 미드필드에서 경합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작전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기성용은 “2가지 패턴 모두 파주NFC에서 소집 이후 훈련하며 준비한 약속된 플레이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벤투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코너킥 수비로 본 벤투호 축구철학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상대에게 코너킥을 내줬을 때 11명이 모두 수비에 깊게 가담한다. 기본은 지역방어인데 필드플레이어 10명은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과 골 에어리어 라인 사이에 위치한다. 세트피스 공격에 가담한 상대 선수들이 슈팅할 공간 자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세트피스에서 이어지는 역습을 포기하더라도 철저하게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벤투 감독은 “세트피스 수비가 우리 팀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에게 ‘세트피스 수비에서 있어서만큼은 절대 실점하지 말라. 역습을 펼쳐 골을 넣는 것보다 실점 없이 상대의 세트피스를 봉쇄하는 게 먼저다’라는 메시지다. 수비의 중요성을 말이 아닌 세트피스 수비 전술을 통해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철저한 분석으로 내용과 결과 잡기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 전반전 도중 벤치에 앉아있는 코치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벤치로 가서 담당 코치들과 얘기를 했다. 벤투 감독은 이를 통해 자신이 본 상황이 맞는지,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한다. 코치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와 보여줄 영상 편집 장면을 선택한다. 그런 뒤 라커룸으로 돌아가 코칭스태프가 결정한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주면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나 선수들이 잘했던 부분에 대해 짧게 피드백을 준다.

전반보다 더 나은 내용의 후반을 위해 벤투호 코칭스태프는 전반을 매우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벤투 감독의 움직임은 후반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FIFA랭킹 우루과이를 상대로 후반에만 2골을 넣어 승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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