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임은지, “경쟁자 부족한 아쉬움”…독주가 더 외롭다

입력 2018-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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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지는 지난 14일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일반부 장대높이뛰기에서 4m를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2위보다 10cm 높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임은지는 적수가 없는 현 상황이 오히려 외롭다고 느끼고 있다. 익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미녀새’ 임은지(29·성남시청)는 전북 일원에서 진행 중인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일반부 장대높이뛰기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14일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4m 높이에 설치된 바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신수영(20·한체대)의 기록보다 10㎝ 높았다. 임은지와 함께 ‘미녀새 트리오’로 불리는 최예은(25·익산시청)과 최윤희(32·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각각 4·5위에 머물렀다. 임은지는 전국체전의 절대강자로 통한다. 구미시청 소속으로 출격한 2013년 제93회 대회부터 매년 우승을 만끽했다. 대구광역시청 소속으로 나선 지난해에도 정상을 밟았다.

아쉬움이 남았다. 4m를 1차 시기에 통과했으나 10㎝ 높인 바를 끝내 뛰어넘지 못했다. 1~3차 시기에 전부 실패했다. 2009년 4월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에서 세운 개인 최고기록인 4m35(한국기록)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2년 전 이 대회에서 넘은 4m20에도 실패했다. 4m20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안긴 기록으로 그녀에게는 일종의 상징이다.

서둘러 재개한 훈련이 오히려 해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한지 사흘 만에 필드를 뛰기 시작했다. 결국 몸살이 찾아왔다. 급한 운동으로 컨디션이 가라앉았다. 한참 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제대로 된 훈련은 전국체전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훈련에 매달린 배경은 무엇일까. 책임감이었다. 각 지역 자존심이 걸린 전국체전에서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잘 알지만 선배가 최대한 높은 곳으로 향해야 후배들이 분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임은지는 15일 “홀로 기록을 바라보고 도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독주체제가 솔직히 더 힘들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육상 단거리 스프린터로 지난 10여년을 독주한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이 사실상 홀로 남자 100m 종목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그나마 장대높이뛰기에도 조금씩 새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김국영에게도 박태건(강원도청)이란 동갑내기 경쟁자가 탄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장의 육상인들은 “일본과 중국은 멀찍이 달아났다. 당장 2020도쿄올림픽도 중요하나 그 이후까지 바라보며 한 걸음씩 올라가는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최대한 선수 층을 넓히고 지속적인 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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