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간 벤투호

입력 2018-10-16 22:2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 국가대표팀 황인범(가운데)이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31분, 2-0으로 앞서가는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황희찬(왼쪽)과 함께 포효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제골을 터트린 박주호.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축구가 전술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공격옵션을 장착했지만,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 복병 파나마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박주호와 황인범의 릴레이 골로 앞서 갔지만, 전반 종료 직전과 후반 초반 연거푸 실점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박주호와 황인범은 나란히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 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벤투호는 출범 이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기록했다. 팬들이 기대했던 손흥민은 이날 부지런히 뛰었지만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전술은 예상대로 약간 바뀌었다. 벤투 감독은 4-3-3을 가동하며 처음으로 스리톱을 세웠다. 석현준을 정점으로 손흥민과 황희찬을 좌우에 배치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황인범과 남태희를 공격형 MF에 배치한 점이다. 중원의 공격력 강화가 도드라졌다. 벤투 감독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의 핵심 포인트였다. 골키퍼는 조현우가 벤투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 4경기 연속 만원 관중의 열기는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팬들은 파도타기로 분위기를 띄웠고, 선수들은 파상공세로 상대를 공략했다. 적어도 전반까지의 분위기는 그랬다.

양 측면의 활발한 공격에다 황인범과 남태희가 가운데서 찔러주는 스루패스가 위력을 발휘하자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선제골은 경기시작 5분 만에 터졌다.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친 가운데 문전으로 빼주자 박주호가 달려들며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상대 골키퍼가 손 쓸 틈이 없을 정도로 속도와 코스가 절묘했다. 20분에는 황희찬의 오른발 슛이 상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전반 31분 두 번째 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이용과 패스를 주고받다 아크부근으로 패스해주자 황인범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오른발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어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너무 일찍 골이 터지면서 선수들은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전반 종료 직전 상대 프리킥 때 압딜 아로요의 헤딩에 당하며 2-1이 됐고, 후반 3분에는 남태희의 패스 미스가 빌미가 되어 롤란도 블랙번에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동점 상황에서 후반 20분 황의조와 정우영, 5분 뒤엔 문선민과 홍철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추가골로 연결하지 못한 채 결국 올해 안방에서 치러진 마지막 A매치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은 내달 호주로 원정을 떠나 A매치 2경기(호주, 우즈베키스탄)를 치르며 내년 1월 열릴 아시안 컵을 대비한다.

천안|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