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개막특집 ④ 도로공사 전력 분석

입력 2018-10-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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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우승’의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8∼2019시즌을 앞둔 도로공사가 자신감에 차 있는 이유다. 그러나 부임 3년차를 맞은 김종민 감독은 “달라져야 한다”며 안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 독기가 도로공사가 무서운 이유다. 사진제공|KOVO

유니폼 한쪽에 별 하나를 새겼다. 도로공사에겐 자신감의 표식이다.

2017~2018시즌 통합 챔피언을 일군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지켰다. 라이트 이바나 네소비치와 레프트 박정아가 대각을 이루고, 리시빙 라이트 문정원이 삼각편대를 완성한다. 이 포메이션에서 이바나를 비롯한 팀 공격의 능률이 극대화된다는 내부 평가다.

척하면 척이다. 주전 세터 이효희부터 센터 정대영과 배유나, 리베로 임명옥까지 코트 위 6명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사이다. 일부 주전 선수들의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우승을 한 번 해봤으니 이번엔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도로공사를 움직인다.

안주할 생각도 없다. 두 번째 별을 바라보는 김종민 감독은 “달라져야한다”고 했다. 베스트 멤버 구성은 그대로지만, 경기 운용에 일부 변화를 줬다. 문정원이 리시브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식이다. 여기에 하혜진, 전새얀(이상 레프트)등의 백업 자원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가에 방점을 찍어뒀다.

도로공사 이효희-박정아-임명옥(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


● 국가대표 차출·수술·부상, “오래 걸리진 않을 것”

주전 세터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다. 이효희, 박정아, 임명옥이 비 시즌 내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자리를 비웠다. 체력 소모가 컸음은 물론이고, 소속팀 동료들과 훈련할 여유도 없었다. 특히 대표팀의 마지막 대회인 2018세계여자배구선수권까지 소화한 이효희, 박정아는 짧은 휴식 후 9일에야 팀 훈련에 동참했다. 배유나와 문정원은 무릎 수술 후 재활에 매진했고, 백업 세터 이원정은 팔꿈치 부상으로 2개월 가량을 쉬다 공을 잡은 지 겨우 3주가 됐다.

도로공사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세터 김혜원을 중심으로 높은 타점의 공을 때리는 감각 정도만 유지해왔다. 일단 이효희의 체력 회복이 급선무다. 백업 세터 이원정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1라운드엔 원정이를 위주로 효희와 절반씩을 나눠갈 생각이다. 효희의 몸 상태가 괜찮다면 효희를 우선으로 두고 원정이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쪽으로 가겠다”며 “그간 센터들이 공격에서의 역할이 많았다. 그 부분도 세터와 많이 맞춰봐야 한다. 시간은 없는데, 준비해야할 게 많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에도 ‘우승 후보’라는 부담 속에 개막 3연패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2인 리시브 체제를 구축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도로공사를 진화시킨 계기였다. 최종적으론 통합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도 있었다. 배유나는 “작년만큼 힘들겠나.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고 자신했다. 김 감독 역시 “선수 개개인에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퍼즐이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도로공사 박정아(왼쪽)-문정원.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


● ‘제2용병’ 박정아의 업그레이드…문정원도 공격 가세

도로공사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박정아를 두고는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2018세계여자배구선수권서는 김연경(엑자시바시 비트라)과 나란히 득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공격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은 “정아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며 한 단계 성장했다. 머리가 굉장히 좋다. 감독과 코치가 이야기를 해주면 받아들이는 자세도 좋고,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든다”며 “항상 공을 뒤에 짊어지고 매달려 때리는 스타일이었는데, 공을 앞에 놓고, 타고 올라가 때리는 타법을 일러주니 금방 습득하더라. 대표팀 경기를 봐도 많이 성장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배유나도 “우리 팀엔 용병이 둘”이라며 너스레를 떨 만큼 박정아를 향한 동료들의 믿음은 상당히 크다.

성장의 기회는 아직 더 남아있다. 약점으로 꼽혀온 서브리시브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량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반대로 새 시즌 문정원은 공격 기회를 늘린다. 김 감독은 “정아는 블로킹이나 서브리시브 등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길게 보고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엔 참여시킬 생각”이라며 “정원이도 지난해 리시브 위주였다면 올해는 공격적인 부분도 가져가게 할 것이다. 공격적인 면에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고 기대했다.

도로공사. 사진제공|KOVO


● 백업이 살아야 주전도 산다

도로공사의 힘은 코트 위를 지키는 베테랑에 있다. 이효희, 정대영, 임명옥 등이 중심을 지켜주는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빈틈없이 베스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재적소에 등장해줄 백업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도로공사엔 웜업존만 지키기엔 아까운 유망주가 많다. ‘5년차 동기’ 하혜진과 전새얀이 대표적이다.

하혜진은 평소 언니들이 먼저 “나가 놀아”라고 말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이다. 김 감독은 ‘순둥이’ 하혜진에게 욕심을 주문한다. 이바나와 박정아의 백업을 맡는 하혜진이 코트라는 전쟁터에서 조금 더 저돌적이길 원한다. 김 감독은 “혜진이는 운동을 할 때 힘들면 막 소리도 질러야하는데, 힘든 대로 참고 하나씩 한다.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혜진이와 새얀이 모두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보여줄 때가 됐다. 연습 때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은 경기에서도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 기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대신 작더라도 제 역할을 이해하고, 적절히 수행해줄 영리한 백업 요원들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투입돼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잠깐이지만, 서브 하나라도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백업 선수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도로공사는 내일을 본다. 디펜딩챔피언이 오늘을 사는 방법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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