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김연경, 터키에 수놓은 배구여제의 진가

입력 2018-1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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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출처|엑자시바시 공식 SNS

‘우승 청부사’ 김연경(30·엑자시바시 비트라)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와중에도 그의 진가는 거침없이 발휘된다.

엑자시바시는 터키 여자배구리그 최정상 탈환을 꿈꾼다. 역대 최다인 17회 우승을 거둔 명문 구단이지만, 근래에 들어선 ‘라이벌’ 바키프방크에 기세를 빼앗겼다. 2011~2012시즌 엑자시바시가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6년간 바키프방크(4회)과 페네르바체(2회)가 리그를 양분했다. 해당 기간 페네르바체가 거둔 두 차례 우승(2014~2015,2016~2017)엔 김연경이 버티고 있었다. 엑자시바시가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로 김연경(2년)을 영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김연경에게 놓인 상황은 여러모로 익숙하지 않다. 등번호부터 달라졌다. 김연경은 한국·일본·터키·중국리그와 대표팀까지 수많은 무대서 줄곧 10번을 달았다. 그러나 엑자시바시에선 18번을 받았다. 10번은 조던 라르손이 쓴다. 팀 내 역할도 공격과 수비에 두루 걸쳐있다. 주포는 아포짓스파이커인 티아나 보스코비치다. 출중한 기본기로 공수를 겸장해온 김연경이지만, 엑자시바시에서의 공격 비중은 이전의 팀들에서보다 적다. 세터 감제 알리카야와의 호흡도 맞춰나가는 단계다.

그럼에도 ‘김연경 효과’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진가는 수비에 있다. 팀이 정규리그 8경기를 치른 가운데 리베로 심게 세브넴(80개)보다도 많은 98개의 리시브를 기록 중이다. 김연경이 리시브와 디그로 통하는 지상전에서 빠지면 엑자시바시의 전체적인 균형이 흐트러질 만큼 기여하는 바가 크다. 공격 면에서도 소홀한 법이 없다. 리시브 면제로 공격에 전담하는 보스코비치가 팀 내 가장 많은 87점을 책임졌는데, 김연경은 그 뒤를 이어 86점을 챙겼다. 감제와 100% 손발이 맞지 않는데다 처리하기 까다로운 공이 자주 올라오지만, 어떻게든 득점으로 이어내는 김연경의 기교가 녹아있다.

엑자시바시는 바키프방크와의 맞대결서도 번번이 웃고 있다. 11월1일 2018 터키여자프로배구 스포르토토 챔피언스컵(슈퍼컵)에선 바키프방크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10점을 올린 김연경으로선 새 팀에서 내딛은 성공적인 첫 발이었다. 15일엔 정규리그 첫 만남에서 바키프방크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이 경기 승리(3-1)로 엑자시바시는 리그 1위에 올랐다. 엑자시바시가 염원한 시나리오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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