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배구공의 일생과 V리그 새 경기구 도입

입력 2019-02-1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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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V리그 남녀부 13개 구단은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협조요청 공문을 한 장 받았다. 테스트용 경기구를 보내줄 예정인데 선수들의 훈련 때 사용하면서 특징과 장단점, 느낀 점들을 종합해서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V리그 출범 이후 국내제조업체 스타스포츠가 만든 제품(그랜드챔피언)을 사용해오던 KOVO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경기구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대회는 일본의 미카사 제품을 사용한다. 배구는 국제배구연맹으로부터 공인받은 전 세계 수많은 상표의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리그에서 사용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미카사는 FIVB에 꾸준히 많은 돈을 후원하면서 경기구 권리를 얻었다.


● 국제 경쟁력과 토종스포츠 산업 육성의 딜레마


스타스포츠도 물론 FIVB로부터 공인을 받았기에 V리그에서 스타의 제품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제품의 특성이 다르기에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공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V리그를 후원해오던 국내에 하나 밖에 없는 배구공 제조회사 제품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일 V리그마저 국산 공을 외면하면 글로벌스포츠 업체에 밀려서 갈수록 설 곳이 줄어드는 우리 토종스포츠산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KOVO와 스타스포츠의 후원계약은 2020년까지다. 1년이 더 남은 상황에서 국제대회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어 KOVO는 스타스포츠에 새로운 요구를 했다. 최대한 미카사 제품과 비슷한 공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번에 각 구단에 15개씩 테스트용으로 보급될 제품이다. KOVO 관계자는 “미카사와 95% 이상 비슷한 제품”이라고 했다.


● 미카사와 스타볼의 차이점은 무엇?

현대의 과학기술이라면 100% 완벽하게 모방한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미카사는 공의 딤플(공의 궤적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든 울퉁불퉁한 표면)과 색상, 둥근 형태로 만드는 8개의 조각 구성 등을 특허로 등록해놓았다. 참고로 스타는 10개의 조각으로 원형 모양을 만든다.

감각이 일반인과 다른 선수들은 스타와 미카사의 차이로 탄성을 꼽았다. 미카사 제품의 특징은 탄성이 높아 공격적인 배구가 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스파이크 서브를 받기가 훨씬 까다롭다고 했다. 반대로 플로팅 서브는 스타볼의 움직임이 더 많아 미카사보다 받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V리그 선수들에게 새로 공급될 공은 두 제품의 이런 차이를 더욱 좁히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초 테스트용 공은 미카사 공을 자주 쓰는 대표선수들에게 주고 차이점을 확인해볼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V리그 시즌이라 대표선수들이 소집되지 않자 각 구단으로 공을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스포츠동아DB


● 배구공의 일생은 어떻게 되나

이번 선수들의 테스트에 나온 문제점을 수정하고 의견을 보완해 코보컵이 벌어지는 6월 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확정하고 구단의 수요에 맞춰 대량생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KOVO와 스타스포츠의 생각이다. 다음 시즌 각 팀이 새로운 공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만일 새로운 공이 확정되면 각 팀은 지금까지 쓰던 공을 버리고 새로운 공을 구입해야 한다. 현재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경기구의 가격은 6만8000원. 구단은 대량구입과 프로팀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할인가격을 적용받지만 그래도 5만원이 넘는다. 한 팀이 시즌 동안 사용하는 공은 200~300개 정도다. 공 구입에만 최소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이 들어간다.

프로팀은 훈련 때 공이 가득 담긴 대형 통 3개를 가지고 다닌다. 이 통에서 공을 꺼내 여기저기서 때리고 받는다. 한 통에는 30개 정도의 공이 들어간다. 공은 훈련과 경기를 하면서 표면이 마모되면서 수명을 다한다. 프로팀에서 새 공의 평균 수명은 3개월이다. 이 기간이 끝나면 근처 중,고교 팀에게 사용하던 공을 물려준다. 이 때부터 배구공이 다 헤질 때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배구공의 일생은 이보다 훨씬 더 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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