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구조의 변화, 한국축구가 변화한다!

입력 2019-02-1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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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의 풀뿌리 시스템이 확 바뀌고 있다. 14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한 2019년 금석배 전국대회 현장에서 긍정의 기류가 감지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부터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모든 초등부 축구(12세 이하)는 8인제 형태로 진행한다. 초등리그뿐 아니라 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적용되며 대한체육회가 5월 개최할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도 8인제 축구를 한다.

▲교체 제한 폐지 ▲경기 중 코칭 타임 금지 ▲골킥은 하프라인 아래만 가능 등 예전과는 다른 규칙이 아직 혼란스럽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선수 부족으로 해체를 고민하던 팀들에도 기회가 열렸다. 선수가 8명만 있어도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고, 빌드-업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들은 지도자의 지시를 받는 대신 끊임없이 소통했고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한국축구의 풀리지 않는 오랜 숙제인 ‘득점력’ 역시 많은 찬스 메이킹을 통해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

협회가 유소년 시스템의 완벽한 정착을 위해 영입한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독일)은 ‘8인제 축구’가 한국축구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했다. 축구의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인 12세 이하까지는 최대한 볼을 많이 소유하고, 개인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뮐러 위원장의 생각이다. “11인제 축구는 성인 위주다. 초등부는 팀 전술이 아닌 개인기를 단계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시기다.”

독일과 잉글랜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축구 강국들은 일찌감치 8인제 축구를 도입했고 아시아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도 2000년대 초반부터 8인제를 받아들였다. 많은 국내 축구 인들도 8인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으나 명문대 진학이 최종 목표로 귀결되는 학제 시스템과도 얽혀 있어 쉽게 손을 대지 못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월드컵은 물론, 아시안컵에서도 태극전사들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음이 드러났다. 개인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재미없는 축구가 계속됐고, 내용도 결과도 놓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들은 “예전과 달리, 한국대표팀에 유럽 클럽들이 관심을 많이 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인 발전을 협회는 희망한다. 8인제에 앞서 5~6세, 초등부 저학년에게 3인제와 4인제 등 더욱 사이즈가 작은 경기운영을 도입하는 것도 고민하는 배경이다. 초등부를 갓 벗어난 중등부 초년생들을 위한 9인제 등의 프로그램도 조심스레 추진되고 있다.

지도자 교육도 동시에 이뤄진다.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동안 불안정한 신분 탓에 트로피와 성적에 얽매였다면 이제부터는 제자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시작할 2019년도 첫 C급 지도자 강습회부터 바뀐 강의 프로그램이 반영된다. 뮐러 위원장이 밤새워 만든 소중한 자료에는 아이들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세, 8인제와 스몰사이즈 축구의 필요성, 유소년 기본기 향상을 위한 훈련법 등이 포함됐다.

협회 관계자는 “극렬히 (8인제 도입을) 반대해온 고참 지도자들도 이제 협회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따라준다.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첫 걸음을 뗐다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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